2023년 기준, 중국 52개 도시(현급도시 포함)에 건설된 도시 철도의 총 길이는 1만㎞에 육박한다. 그 가운데 30여 개 도시에 이미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최근 선전(深圳), 항저우(杭州), 우한(武汉), 충칭(重庆)이 차례로 ‘도시 철도 500㎞ 돌파’를 선언했다.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广州), 청두(成都)에 이어 새롭게 ‘지하철 50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중국 주요 도시 지하철 노선 현황. 사진 国民经略
인구나 재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일부 3~4선 지방 도시들도 중국의 통합 발전 흐름 속에 대도시 ‘광역 도시 철도’의 수혜를 입었다. 앞으로 중국 4대 대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와 청두는 도시 철도 1000㎞를 돌파하고, 정저우(郑州), 시안(西安), 창사(长沙) 등도 500㎞ 클럽에 합류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 베이징르바오
현재 지하철이 개통된 중국 도시는 50개가 넘지만, 실제로 1㎞ 당 일일 이용객 수가 1만 명 이상인 도시는 7곳(광저우, 선전, 시안, 베이징, 상하이, 창사, 청두)에 불과하다. 경제 수준이 높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은 출퇴근 이용객이 주를 이루고, 시안, 창사, 청두는 관광 도시로 여행객 수요가 밑바탕이 된다는 분석이다.
그 밖의 도시를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중국의 지하철 신설 기준(일일 이용객 수 7000명/1㎞)을 충족시키는 도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도시 개발을 목적으로 교외 지역 노선 개통을 우선시한 터라 인구 규모 부족으로 이용객 수가 예상을 밑도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일부 도시는 아직 건설 중이거나 개통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노선이 완공된 이후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3년 지하철 TOP30 도시. 맨 오른쪽이 1㎞ 당 일일 이용객 수. 사진 国民经略
지난 2018년 발표된 규정에 따르면, 중국의 도시는 GDP 3000억 위안(약 57조 원) 이상, 시내 인구 300만 명 이상, 지방 일반 예산수입 300억 위안(약 5조 7000억 원) 이상 등 3대 조건을 충족시켜야 지하철을 건설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지하철 건설 문턱을 갈수록 높이는 것은 채무 부담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지하철은 거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이지만, 대중교통시설의 특성상 이용요금을 무턱대고 조정할 수 없다. 이용객 수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적자행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다.

2021년 중국 지하철 회사 수익 현황. 사진 界面新闻
그런데도 중국 지방 도시들은 지하철 건설에 열을 올린다. ‘지하철 개통’이 도시 발전을 상징하는 일종의 타이틀이자, 실질적으로는 ‘승수효과’를 불어올 수 있어서다. 우선 단기적으로 보면, 고정자산투자를 통해 경제를 견인하여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고, 주변 토지 가격 상승을 이끌어 부동산 호황으로 다시금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를 연결해 인구, 산업, 자원이 도시를 넘어 주변 도시와 도시권 내에서 효율적으로 재배치되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로써 중심 도시는 과밀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한편, 주변 소도시는 간접적으로 발전의 수혜를 볼 수 있다.
중국에서 도시 철도 건설을 통한 광역 도시권 형성은 이미 대세가 되었다. 상하이 지하철과 쑤저우를 연결하는 노선이 올해 개통을 앞두고 있으며, 우한, 항저우, 난징 등도 주변 도시와 지하철 노선 연결을 추진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지방 도시와 로컬 비즈니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른바 광역 도시권 시대, 중국 지방 중소 도시에 지하철 건설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