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1위 여행 예약 업체인 트레블로카(traveloka)는 “동남아 지역의 평균 호텔 요금은 작년 이후 최근까지 10% 이상 상승했고 특히 중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은 도시의 호텔 요금은 45% 이상 급등했다”고 밝혔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중국인의 인기 관광지 방콕의 경우 지난 1월 말 평균 호텔 예약 가격이 약 70% 급등했다.
지난 15일부터 중국은 60개국에 대한 단체 여행도 가능해졌다. 동남아 국가는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잡기 위해 재빠르게 하늘길을 열고 단체 패키지 상품을 속속 출시했다. 태국관광청은 지난달 상하이, 광저우, 청두 등 중국 대도시에서 관광로드쇼를 개최했다.

사진 셔터스톡
이러한 중국인의 움직임은 거나한 나비효과를 만들어냈다. 바로 환경오염 부문에서다. 중국이 한 번 여행하면 탄소 배출량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미국 컨설팅 회사인 매켄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와 중국 온라인 여행 여행사 트립닷컴(Trip.com)이 공동 발행한 보고서 《중국의 친환경 여행을 향한 길 (The path toward eco-friendly travel in China) 》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6~8%를 관광업이 차지했다. 관광업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총 800 메가톤(Mt)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업’은 중국 국내 여행 탄소 배출량의 60%를 차지했는데, 대부분 높은 에너지 소비로 인해 생겨났다. ‘항공’과 관련한 배출량은 1%로 집계됐지만 운송 부문에선 가장 많은 배출원으로 꼽혔다.
중국 국내 관광객은 2019년 여행 중 샤워, 목욕, 세탁으로 70억~80억 세제곱미터(㎥)의 물을 소비했다. 이는 올림픽 규모의 수영장 60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내 관광객은 매년 12~1400만 톤의 고형 폐기물을 발생시켰는데 이를 평평하게 놓으면 축구장 3600개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칭하이-티베트 고원의 외딴 지역인 커커시리(可可西里). 중국인 관광객과 장거리 트럭 운전사가 증가하면서 국도를 따라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쌓여 있다. 셔터스톡
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기후변화는 우려하지만 환경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다. 매켄지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여행자들은 기후 위기를 느끼고는 있지만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한 추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중국, 미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13개국의 총 5457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여행자의 60% 이상이 기후 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향후 항공산업의 탄소중립이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타국 여행객들보다 중국인은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을 꺼린다. 조사 대상 중국인 관광객의 20%만이 탄소중립 항공권*에 대해 2%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답했으며, 이는 조사 대상 국가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탄소 중립 항공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50년까지 항공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 탄소중립(Net-ZERO·넷제로)을 달성하기로 발표함에 따라 주요 항공사도 이에 동참하는 이니셔티브를 시행 중이다. 항공사는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와 친환경 연료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항공기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공항 확장 계획, 마일리지 제도와 같은 항공권 서비스도 중단해야 한다. 승객은 탄소 중립에 대한 ‘추가 항공료’를 지불함으로써 자신의 비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사진 Feature China/Barcroft Media
중국은 백서에서 “녹색은 신시대 중국의 선명한 바탕색이 됐고, 친환경 발전은 중국식 현대화의 뚜렷한 특징이 됐다”며 “중국의 친환경 발전은 전 세계 친환경의 판도를 확대해 중국을 행복하게 하고 세계를 행복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당국과 인민의 탄소중립 ‘동상이몽’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행동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세계 흐름에 맞춰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왔지만 결국 석탄을 역대 최고치로 생산해 낸 중국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의 연례행사 ‘양회’에 맞춰, 시내 기업들에 생산 제한을 비상 지시했던 중국이다.
중국은 2030년까지 자국 내 탄소 배출이 정점을 찍고 줄어들도록 하겠다는 목표의 ‘액션 플랜’을 공개했다. 이젠 중국이 실질적으로 어떤 ‘액션’을 취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