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서부지검(검사장 한석리)은 여전히 김 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윗선일수록 혐의 입증은 고난도”라며 “쟁점이 하도 많아 조사할 게 많다”고 말했다. 무엇이 검사들이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요인일까.
우선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는 것부터 입증의 문턱이 높다. 과실이 인정되려면 김 청장이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구체적으로 사고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예견가능성), 참사의 결과를 막을 수 있었다(회피가능성)고 볼 수 있어야 한다.
검찰은 김 청장의 참사 전후 행적을 좇는 데 공을 들여왔다. 먼저 청장실에 오간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월 18일과 26일 두 번에 걸쳐 서울 종로구의 청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 청장 주재로 열린 지난해 10월 17일과 24일 핼러윈데이 사전대책 화상회의도 정밀하게 재구성했다. 두 회의에서 김 청장은 각각 “올해는 3년 만의 거리두기 해제니 이태원, 홍대, 강남 관할서는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하라” “마포·용산·강남 등 3개 경찰서는 특별히 핼러윈 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김 청장이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해 볼만한 대목이다.
다만 공방은 있을 수 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 등의 공소장에는, 김 청장이 이 전 서장으로부터 참사 전날 ‘신속 대응’, 참사 당일 오전 ‘신고처리 공백 없음’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적혀있다. 현장 지휘관이 사고 직전 ‘특이사항 없음’을 두 차례 보고한 셈이다. 예견가능성 면에서 김 청장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감독권 공백 입증해야…“추상적 지시는 의무불이행”
재판부는 지난해 9월 판결문에서 이 부구청장에 금고 1년 2개월을 선고하며 “재난상황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고 막연히 철저히 점검하라거나 비상근무를 철저히 하라는 추상적인 지시를 한 것은 재난안전대책본부장 직무대행으로서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사고 당시 김 청장의 지시가 명확하지 않았다면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해 볼 수 있는 판결례가 있는 것이다.

2020년 7월 23일 부산광역시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부산 동구 초량동 초량제1지하차도가 침수되어 차량 7대가 물에 잠기고 3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 관련 공무원 11명은 모두 유죄를 받았다. 사진은 당시 119 구조대원이 구조작업 중인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김광호 청장에게 입장을 물었으나, 김 청장은 “제가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과실범의 공동정범 檢 “적용 가능” 警 “소방 없인 불가”

세월호 참사 당시 적절한 초동 대응을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 서장을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 중인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했던 한 경찰관은 “사고 예방 책임은 경찰·구청이 지더라도, 현장 사망자가 과다했던 건 골든타임에 지휘 공백이 있었던 소방 책임”이라고 말했다. 더 직접적인 행위 의무가 있는 소방을 건너뛰고 김 청장에게까지 책임의 갈고리를 던진다면 판사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소방도 수사 중”이라며 “다른 기소 건들은 사건이 덜 복잡하거나 구속자가 껴 있어 구속가능 기한 20일을 넘기기 전에 기소 여부를 정해야 해서 빨리 처리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