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업계가 이런 움직임에 나선 것은 이 산업에서 물이 핵심 자원인데도 공업용수를 조달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성분이 많이 투입되고 작은 티끌에도 민감한 반도체 제조 공정의 특성상 물은 세정 작업에 꼭 필요할뿐더러 미세한 연마 작업에도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장들이 용수 공급이 원활한 곳에 자리 잡는 이유다.
문제는 대만에서 수자원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단 사실이다.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었던 지난 2021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만에선 정부 차원에서 농업용수를 끌어오고 급수차를 상주시키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반도체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 글로벌 시장 전체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지난 1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AP=연합뉴스
이로 인해 현재 대만 주요 저수지들의 저수량은 25%(3월 초 기준)에도 미치지 못해 물 부족이 시작됐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서던 사이언스파크의 핵심 수원인 쳉웬 저수지의 경우 1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물 아끼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 소비량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 상황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FT는 "신주 시(市) 사이언스파크에 있는 TSMC에서만 하루 9만 9000t의 물을 소비한다"며 "물 사용량은 점점 느는 추세"라고 전했다.

대만 2위 파운드리 업체 UMC.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정부 역시 '물 부족'을 반도체 업계를 넘어 국가 차원의 문제로 보고 새로운 저수지 조성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싱크탱크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은 "가뭄 때문에 반도체 생산이 지연·중단되는 일이 일상화된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대만산 반도체를 점점 멀리하게 될 것"이라며 "수자원 보호·개발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 반도체 산업을 지켜야 하는 대만에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모습에 글로벌 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TSMC(60%) UMC(6%)가 전 세계 위탁생산 반도체의 약 66%를 점유하고 있어서다. FT는 "반도체 제조 허브인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어 미국과 중국도 이곳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