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파인다이닝 밍글스, 캐주얼 유로피언 다이닝 페스타 바이 민구, 홍콩에 새로 문을 연 한식 레스토랑 한식구까지 오픈하는 곳마다 미쉐린 선택을 받은 강민구 셰프에게 비법을 물어보니 돌아온 답이다. '제대로 다룬다는 말'의 무게를 아는 듯, 성공한 오너셰프의 포부를 물을 땐 다소 경직되어 있던 얼굴이 ‘장(醬)’ 이야기가 나오자 순식간에 풀어졌다. 장을 주제로 하는 한식 요리 책을 4년이 넘도록 작업하고 있다는 그를 청담동 밍글스에서 만났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이자 8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밍글스의 오너셰프, 강민구. 사진 송미성
파인다이닝부터 유로피언 다이닝까지 다양한 F&B 브랜드를 계속 선보인다.
브랜드가 늘어도 셰프로의 나의 정체성은 밍글스에 있다. 간혹 레스토랑이 여러 개이니 자주 자리를 비우지 않을까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밍글스 서비스 시간에는 항상 주방을 지킨다. 다른 곳을 살펴봐야 할 때는 밍글스의 브레이크 타임이나 휴일을 이용해 다녀온다.
2020년엔 미식의 도시 홍콩에 한식 레스토랑을 열었다.
매장 오픈을 위해 홍콩에 갔더니 전세계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다 여기에 있나 싶을 정도로 미식 수준은 높았고, 특히 아시아 음식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잔기술이 아닌 정통, 정공법으로 만든 요리가 환영 받는 도시였다. 현지에서도 가감 없는 한식을 원하는 데다가 한국 식재료를 그대로 공수할 수 있어 기존의 레시피를 현지화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한식구 주방에는 많은 한국인 셰프들이 제대로 된 한국의 맛을 구현하고 있다.
나라와 상관없이 '맛있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비법 혹은 기준이 있을까.

서비스 시간에는 항상 밍글스의 주방을 지키고 있는 강민구 셰프. 사진 송미성
그렇다면, 요즘 눈 여겨보는 식재료가 있는지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추장 정도만 인지하고, 한국의 간장, 된장을 일본의 소유, 미소와 비슷하다고 여긴다. 만드는 법부터 다른데 말이다. 한식의 근원이 되는 장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4년 전부터 장을 주제로 한 한식 요리책을 작업 중이다.
발효음식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다른 나라의 전통 발효식품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템페(Tempeh)에 관심이 많다. 콩은 아시아에서 굉장히 중요한 식재료다. 우리나라의 된장, 청국장, 일본의 낫토, 인도네시아의 템페 등 콩을 발효해 식품을 만든 뒤 그것을 기본으로 만드는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템페는 발효 식품 특유의 향취가 거의 없고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전 종근당건강과 함께 템페가 들어간 단백질 과자를 개발했는데, 이 특징 때문에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과자가 나왔다. 나중엔 밍글스에서도 템페를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4년 동안 책을 준비 중이라니, 내용이 궁금하다.
준비하는 책의 가장 큰 목표는 한국 장의 특징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한식을 할 때는 한국의 장을 써야하고, 그래야 제대로 된 한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장을 활용한 약 60가지의 레시피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레시피는 외국인들에게 만들어 보게하고 피드백 받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식에 호기심이 생긴 외국인에게 제대로 된 장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론과 실용을 두루 갖춘 책이길 원한다. 내년 봄쯤 영문판으로 만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해외 투자를 받고 홍콩에 문을 연 한식구가 미쉐린 선택을 받았다. 한국 레스토랑의 새로운 이정표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파인다이닝의 어려운 점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다른 손님이 오고, 그 분들에게 좋은 경험과 만족을 드려야 한다. 그래서 늘 달라지려고 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고객에게 지난 번 방문보다 못한 기쁨을 준다면 그건 실패한 변화다. 늘 새로우면서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을 둘 다 가지고 싶은데, 굉장한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웃음).
셰프 강민구의 다음은 무엇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주목이 밍글스와 강민구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팀을 이루는 동료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