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사외이사 후보 3인이 주주총회 전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31일 오전 한 KT 주주가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1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열린 KT의 정기 주주총회는 KT 차기 대표이사(CEO) 선출과 관련해 5개월간 이어졌던 혼란의 축소판이었다.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연달아 사퇴해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한 지 사흘 만에 이사회 마저 대행체제로 운영하게 됐다. 주가는 장중 한 때 52주 신저가까지 내려갔고, 소액 주주들은 KT 경영진과 이사진에 불만을 표했다. 기존 KT 이사회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전 9시에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시작한 주총은 45분 만에 끝났다. 재선임에 도전했던 사외이사 3인(강충구·여은정·표현명)이 이날 아침 급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 대부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서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선임 안건도 후보 사퇴로 폐기됐고, 이에 따라 윤 후보가 사퇴 전 추천했던 2인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이에 따라 정관 일부 변경과 재무 관련 안건 3건만 의결을 거쳐 통과됐다.

2023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입장 확인 중 한 주주가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다. 권유진 기자
지난해 경영 상황을 보고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공유해야하는 주주총회장 내부에서는 시종일관 고성이 난무했다. 주총이 시작되자 일부 주주들은 현재의 경영 공백 사태의 책임이 기존 경영진들의 운영 실패에 있다고 비판했다. 28일 임기를 시작한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은 “차기 대표 선임까지 약 5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주모임 “비전문가 낙하산 반대”
이사회도 당분간 대행체제
임기가 만료된 3인은 대행 자격으로 당분간 이사회에 남아 있을 예정이다. 상법에 따르면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사외이사는 최소 3인 이상 유지되어야 한다. 또 3인 구성이 안 됐을 경우, 임기가 만료되거나 사임한 이사가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상법 386조). 이사회 내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새로운 대표를 찾기 위해 일단 사외이사를 물색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사외이사 4인으로 정족수는 채워졌지만 임시직이기 때문에 차기 대표 후보자를 이들이 결정한다면 적절성 논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임 이사들은 이르면 5월 열릴 임시 주총을 통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도 경영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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