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초고가 아파트 주담대 금지, 재산권 침해 아냐"

사진은 지난해 11월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으로 본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뉴스1]

사진은 지난해 11월 강남구 대모산에서 바라본 강남권 아파트의 모습으로 본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뉴스1]

 
문재인 정부 시절 초고가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던 조치는 문제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23일 재판관 9명 중 5명의 의견으로 4년 전 금융위원회의 조치로 국민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가 침해된 건 없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른바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불리는 2019년 12월 16일 관계부처 합동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모씨는 가지고 있던 서초구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려 새 아파트를 사려던 참이었다. 변호사인 정씨는 “국민이 재산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은행에서 금전을 대출하는 것은 재산권 행사의 대표적인 모습인데 이를 제한했다”며 다음날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헌법소원 심판은 보통 서면으로만 심리하는데 이 사건은 중요성이 있다고 봐 지난해 6월 한 차례 변론기일을 열어 정씨와 금융위원회 쪽 의견을 듣기도 했다.

결국 헌법재판관들의 결정은 5:4로 갈렸다. 유남석·이석태·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재산권 및 계약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봤다. 이들은 이 조치를 ‘행정지도’로 이해했고 구속력이 약하니 기본권 제한 정도도 약하다고 봤다.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구속적 성격이 있지만, 이 조치는 행정지도의 형식으로 불응하더라도 불이익 조치가 없을 것임이 명시적으로 고시됐다”는 것이다. 

다수 재판관은▶부동산으로의 과도한 자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이 정당하고 ▶주택담보대출의 제한은 주택 매수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기 때문에 수단이 적합하며 ▶기존 주담대 제한 정책으로도 집값이 안 잡히자 도입된 거라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제한은 아니며 ▶개인이 얻는 불이익(또 다른 초고가 아파트를 살 기회 상실)보다 주택시장 안정화·금융시장 건전성 확보란 공익이 더 컸다는 점을 들어 문제없는 조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이 조치를 단순 행정지도로 보지 않았다. 은행들로선 자신들에 대한 검사·감독·제재 권한을 갖는 금융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3명의 재판관은 “은행은 ‘정부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 ‘현장에서 안착될 때까지 합동으로 현장점검반을 운영’ 등 발표를 보고 응하지 않으면 무언가 불리한 처우를 받을 수 있다는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 조치를 ‘권력적 행위’로 봤다. 그리고 이렇게 공권력 행사로 기본권을 제한하면서 금융위원회 고시를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할 땐 법률로써 해야 한다는 원칙(법률유보원칙)에 반하는 재산권 침해라고 결론 내렸다.

문형배 재판관은 DTI 강화나 만기연장 제한 등 덜 제한적인 수단이 있었음에도 해당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금지하고, 실수요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한편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12월 1일 이후 무주택자·1주택자에 한해 허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