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ATM) 모습. 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연체율도 일제히 오르며 4개 회사 모두 1%대 연체율을 기록하게 됐다.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92%에서 올 1분기 1.19%로, 하나카드는 같은 기간 0.98%에서 1.14%로 오르며 1%를 넘어섰다. 신한카드(1.04%→1.37%), 우리카드(1.21→1.35%)의 연체율도 3개월 새 상승했다.
79개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도 지난해 4분기 3.4%에서 올 1분기 5.1%로 오르는 등 금융권 전 업종의 연체율이 동반 오름세다.
은행 등 금융권의 연체율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하향 추세였다. 4대 시중은행의 경우 2019년 연체율은 0.19~0.3%였는데, 2021년에는 0.12~0.2%로 내려갔다. 코로나 19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해 고물가에 대응해 연이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대출 이자 부담이 많이 늘었다. 이에 서민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떨어지며 금융회사의 연체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에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연체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코로나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대출에 대한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오는 9월 이후 연체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전세 사기 주택 경매 유예 조치 등도 향후 금융사의 연체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악재로 꼽힌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높지 않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른 점은 문제”라며 “향후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금융당국도 부실 우려에 대응해 국내 금융회사들이 충당금을 넉넉히 쌓으라고 주문했다. 이에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1조7338억 원 규모의 신규 충당금을 쌓았다. 1년 전(7199억 원) 보다 140.8% 늘었다. 금융당국은 또 오는 9월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더라도 서민이나 자영업자·중소기업이 대거 채무 불이행에 빠지지 않도록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같은 연착륙 방안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장기화한 고금리에 경기 부진이 겹쳐 기업과 가계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며 “대출 부실에 따른 연체율 증가가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