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뉴스1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자 서울대학교 교수와 연구자들이 31일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이날 오후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헌재)는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파면하라”는 요구 등이 담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약 2700자 분량으로, 오후 2시 기준 총 70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약 50명이 현장에 나왔다.

3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 교수·연구자 4차 시국선언'이 진행되고 있다. 서지원 기자
이들은 경북 산불 피해 희생자를 애도하며 묵념한 뒤 “가공할 화마의 엄습만큼이나 고통스럽고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현실이 지난해 12월 3일 이래 국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전시나 사변이 아닌데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헌정 질서에 대한 중대한 파괴 행위임이 자명하고, 탄핵 심판의 지연이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준호 생명과학부 교수는 “헌재가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비상계엄 면허증을 받는 꼴, 민주주의의 종말”이라고 비판했다. 남기정 일본연구소 교수는 “탄핵이 기각된다면 헌재 재판관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는 투쟁이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발언을 학부생과 교직원 수십 명이 가던 길을 멈춘 채로 지켜보기도 했다.
앞서 서울대 교수·연구자 525명은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차 시국선언을 했다. 당시 이들은 이태원 참사와 의료대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을 언급하면서 “윤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로 2차 시국선언에는 893명이, 3차에선 682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11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들이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일부 서울대 구성원은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연구진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시국선언에 동참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낸 교수의 이름과 출신 대학 등을 언급한 글이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관상이 좌파상”, “강의를 못 한다” 등의 비난 댓글이 10여개 달렸다. 이 커뮤니티는 서울대 학내 메일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다.
앞서 고려대와 서강대 등에서도 탄핵 찬성 또는 반대 집회에 참여한 학생의 실명과 얼굴 사진 등이 온라인에 공유돼, 이들을 향한 낙인 찍기와 인신공격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충북대에서 탄핵 찬성 시국선언을 주최했던 한 재학생은 “신상을 공개하고 좌표를 찍는 과정에서 허위 사실이 함께 유포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정치적인 토론을 위협, 억압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박제’하는 것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서도 “일부 극단적인 게시글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자정 작용도 중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