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신축 빌라 T하우스는 11세대 중 10세대가 전세사기 피해를 당하거나 당할 예정인 상태다. 신혜연 기자.
![지난 8일 서울시 양천구 자택에서 숨진 이모(30)가 세들어 살던 T하우스의 등기부등본. 이씨는 건축업자 B씨로부터 집을 매수한 '빌라왕' A씨와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후 주택 1139채를 보유하던 김모씨가 돌연 사망하면서 이씨의 집은 압류를 당한 상태가 됐다. [인터넷등기소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5/29/6309c273-2ac1-4de0-9b4f-edf7480c800a.jpg)
지난 8일 서울시 양천구 자택에서 숨진 이모(30)가 세들어 살던 T하우스의 등기부등본. 이씨는 건축업자 B씨로부터 집을 매수한 '빌라왕' A씨와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후 주택 1139채를 보유하던 김모씨가 돌연 사망하면서 이씨의 집은 압류를 당한 상태가 됐다. [인터넷등기소 캡처]

지난 8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이모(30)씨의 집 앞에 이웃이 국화꽃 한 다발을 남겼다. 이씨는 빌라 및 오피스텔 1139채를 소유한 '빌라왕' 김모씨의 세입자로, 다음달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이다. 양천경찰서는 ″A씨의 죽음은 전세사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신혜연 기자
전세사기가 본격화한지 반 년이 지나면서 정부 대책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부터 연소득 7000만원 미만, 전세금 3억원 이하 세입자에 대해서는 저리 대환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될 경우 ①최우선변제금을 최장 20년간 무이자로 상환할 수 있도록 하고 ②살고 있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한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T하우스 세입자들은 정부 대책에 대해 “체감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숨진 이씨의 옆집에 거주중인 최모(40대)씨는 2년 전 2억7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어 4월 이미 전세만기가 도래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집을 압류당한 채 사망하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최씨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저리 대환대출을 제공한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알아보니 내가 가입한 대출 상품은 7월에나 적용 가능하다고 했다”며 “전세 만기가 끝났지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한 달 이자만 100만원씩 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2400 빌라왕’ 김모씨의 세입자인 4층 거주자 이모(35)씨는 아예 대환대출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이씨는 “저리 대환 기준이 3억 미만 주택이라서 3억 3000만원에 계약한 나는 해당도 되지 않는다”며 “2년 전 전세가가 한창 높았을 때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온 전셋집인데 3억이 넘는다는 이유로 대환 정책에서까지 소외될 줄은 몰랐다”며 억울해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을 보면 피해 금액을 직접 지원해주거나 상환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이자를 대신 내주거나 상환을 미뤄주는 방식”이라며 “이번 법 제정으로 어느 선까지 피해자들을 도와줘야 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만큼, 정부는 구체적인 세부 지침을 마련해 피해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