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대출금리 내림세…대환대출 가동에도 ‘미지근’ 전망 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차례 연속 동결하고 정부가 대환대출 인프라를 지원하며 시중금리 낮추기에 나섰지만, 대출금리는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출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만큼이나 떠받치는 요인이 점점 생겨나면서다.

 
30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신규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 금리는 최저 연 3.91%에서 최고 연 6.147%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지난해 말~올해 초 금리 상단이 8%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그동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유지해온 점을 고려하면 더딘 속도로 하락 중이다.

대출금리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느릿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오를 땐 빠르게,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이는 대출금리는 실제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5.01%로 전월보다 0.16%포인트 하락했다. 대출금리는 지난해 4월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다 지난해 12월부터 하락 전환했다. 이 기간 많이 오를 땐 한 달에 0.55%포인트씩도 올랐지만, 떨어지는 기간엔 0.1%포인트대 수준에서 서서히 내렸다.

올해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통화정책 긴축을 마무리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며 채권금리가 하락해 왔다. 대출금리는 채권금리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최근 채권금리는 다시 들썩이고 있다. 대출금리 추가 하락을 막는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1·3·5년물의 금리는 지난 26일 일제히 기준금리(연 3.5%)를 넘어섰다. 해당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웃도는 것은 두 달여 만이다. 25일 기준금리 동결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국이 기준금리를) 절대로 못 올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 달라”며 강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한 이후 국채 금리가 더 상승하기도 했다.

세수 부족 상황 속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한 관측도 채권 금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추경을 짜려면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선 추경 편성 요구가 잇따르는 중이다.


대환대출 인프라 효과도 미지수 

김소영(오른쪽 둘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경기도 성남 금융결제원 분당센터에 방문해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김소영(오른쪽 둘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경기도 성남 금융결제원 분당센터에 방문해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반면 대출금리를 떨어뜨릴 것으로 기대를 받는 금융권의 대환대출 인프라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신용대출 시장이 연간 250조원인 반면 대환대출 시장은 (전체의) 0.5%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대환대출 인프라가 도입됐다고 해서 특정 금융회사로 신용대출 고객이 몰려 기존 시장의 판도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결국 앞으로는 대출금리 하락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 등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융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출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보합 또는 소폭 상승 반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