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던지기 비일비재한데"…압색영장 사전심문제 우려, 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 2월 입법예고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해 검찰과 일부 전문가들이 제도 시행에 대한 우려를 학술대회를 통해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도는 구속영장과 마찬가지로 법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사건 제보자 등 관계인을 심문할 수 있도록하는 제도다.

“압색영장 발부율 91.1%…전자정보→사생활 침해”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수사관들이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수사관들이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2일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가 주최한 공동학술대회의 발제자로 나선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자정보 압수수색 급증에 따른 피의자의 기본권 침해를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의 도입 필요 배경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업·개인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가 전자정보 형태로 생성·보관된다”며 “전자정보에 대한 선별 없는 압수수색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중대하게 침해되고 언제든지 별건 수사로 이어져 피의자에 대한 부당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심사하는 영장전담 판사의 심리적 압박감 역시 제도 신설의 또 다른 근거로 들었다. 조 교수는 “영장전담판사가 검사의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자주 기각하면 검찰이나 주변으로부터 형사사법에 종사하는 자로서 동료의식이 없고, 수사현실에 대해 잘 모르며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이런 심리적 압박은 판사로 하여금 검사가 청구한 영장에 적극적으로 서명하도록 하는 연대·동조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2011년 10만8992건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이 지난해는 39만6671건으로 3.6배나 증가했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같은 기간 87.3%에서 91.1%로 늘어난 법원의 영장 발부율을 두고는 “영장이 지나치게 용이하게 발부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범죄, 압색없인 피의자 특정 어려워”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대법원 형사법연구회, 한국형사법학회 공동학술대회-압수 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방안'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대법원 형사법연구회, 한국형사법학회 공동학술대회-압수 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방안'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검찰 측은 수사의 현실적인 측면을 들어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한문혁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부장검사는 올해 4월 한달간 남양주지청에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573건 중 80.1%(459건)가 피의자 특정을 위한 가입자 정보 확인용이고, 범죄유형별로는 온라인 범죄가 72%(413건)인 점을 강조했다.


 한 부장은 “한국 전자상거래 규모가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6배 이상 증가했다”며 “온라인 범죄가 증가한 건 사회 변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고, 온라인 범행의 경우 범행 상대방 특정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거래의 근거가 된 계좌나 통신자료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작업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형식적 하자가 없는 한 100% 발부되는 피의자 특정용 영장 외에 기본권 침해 소지가 상대적으로 큰 증거관계 확보를 위한 기관 압수, 피의자 신체·주거·사무실 압수 등에 대한 영장 발부율은 55%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뉴스1.

지난해 12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뉴스1.

 
 사생활 정보 등 범죄와 무관한 전자정보가 압수될 가능성에 대해서는“선별 압수를 위한 통제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반박했다. 현행 제도하에서 디지털 포렌식의 경우 피압수자와 변호인의 참여하에 관련성이 인정되는 증거만 압수하고 있고, 관련성 없는 자료는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아울러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압수자가 관련 자료를 선별하는 방식으로만 압수 대상을 통제할 수 있을 뿐, 미리 대면심문을 한다 해서 압수수색 범위 등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4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선고된 판결(2022노3261)에 따르면 검찰은 여자 탈의실에서 몰래 촬영한다는 신고를 받고 압수한 피의자 휴대전화에서 탈의실 외에 ‘목욕탕 도촬 동영상’을 함께 발견해 기소했으나, 법원은 목욕탕 영상의 경우 탈의실과 달리 압수수색 영장범죄 사실과 관련 없는 별도 혐의라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압수수색에 대한 통제장치가 마련돼있다는 얘기다.



“중요 수사기밀 새고 절차도 지연”

 
 검찰 측은 새로운 범죄 가능성도 언급했다. 남 부장검사는 “심문 과정에 제보자가 참여한다면 압수수색 실시 여부를 제보자가 알게 되고, 제보자는 다시 피의자에게 접근해 수사기밀을 이용, 금품을 요구하는 등 행위에 나설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심문을 하게 될 경우, 심문기일은 영장 접수일로부터 최소 수일이 경과될 수밖에 없다”며 “(압수수색) 절차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토론에 나선 박경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최근 대장동 사건에서 주요 피의자(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가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집어 던져버렸는데, 현장에선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제도 도입으로 역효과가 발생하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사전 심문제도의 대안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대해선 이의신청 제도를 신설하자”며 “준항고 제도를 이용해 인권 침해적인 사생활 정보가 들어있는 압수물을 반환 조치하고 압수 조서에서 삭제하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좋은 제도”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