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돈봉투 사건 핵심 피의자인 윤관석(왼쪽)·이성만 의원. 지난달 탈당한 상태다. 연합뉴스
87년 이후 가결 10건… 선거 앞두면 다수당도 ‘NO 방탄’

지난 5월 26일 국회 의안과에 윤관석, 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고 있다. 뉴스1
가결된 10건 중 당사자가 다수당 소속이었던 사례는 3차례에 불과할 만큼 소속 정당 의석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이 3건도 표결 직전 탈당한 경우를 포함한 수치다. 다수당인데도 가결된 2012년 새누리당 현영희(탈당)·2020년 민주당 정정순·2021년 민주당 이상직(탈당) 의원은 당시 당 지도부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방탄국회는 없다”고 선언했고,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시점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미래권력의 선택인 셈이다.
2020년 10월 당시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같은 당 정정순 의원 관련 체포동의안에 대해 “검찰에 자진출석 하라”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던 정 의원이 직접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지만 이 대표는 만나주지도 않았다. 정 의원 체포안은 찬성 167표로 가결됐다. 초선에 공무원 출신인 정 의원이 당내 기반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이스타항공 횡령 및 배임 혐의였던 이상직 의원도 당 차원의 자체 조사를 받다가 자진 탈당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손절하며 2021년 4월 체포안이 가결됐다.
2012년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 체포안이 통과된 건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둔 때였다. 현 의원은 친박근혜계로 분류됐지만 공천을 받기 위해 돈을 건넸다는 혐의가 있었고,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지시해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현 의원을 제명했다. 선거가 임박하자 유력 계파임에도 서둘러 정리한 것이다.
과거 15년 간 '방탄국회'… 여야 한뜻으로 부결하기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설명을 하고 있다. 한 장관은 윤관석, 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에도 발언에 나설 예정이다. 연합뉴스
2011년부터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은 이듬해 여야 거물급 의원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던져 정국을 강타했다. 당시 다수당이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박주선 무소속 의원은 그해 7월 동시에 표결에 부쳐졌는데 정 의원은 부결되고, 박 의원만 가결돼 이후 법정구속됐다. 자당 의원의 구속은 막았지만 이한구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등 새누리당 내부에도 파장이 컸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일부가 정 의원 체포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향후 수사를 염두에 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된 상황에서 정치공학적 목적으로 정 의원 체포안을 반대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한 달 뒤 박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새누리당은 “100% 가결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검찰에 기습 출석해 검찰이 체포안을 철회하게 한 정치 공력을 보여줬다. 검찰도 박 원내대표의 출석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여야 거대 정당 소속 의원이 동시에 구속 위기를 맞았을 땐 힘을 합쳐 부결시키기도 했다. 2003년 12월 대선자금 수사를 벌이던 대검 중수부가 한나라당 최돈웅, 민주당 박주선, 열린우리당 정대철 등 여야 중진급들을 고루 섞어 체포안을 던지자 국회는 모두 부결시켰다. 2003년 2월 노무현정부가 출범했고 총선을 4개월여 남긴 시점이었다. 당시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산할지 두려움이 정치권에 가득한 때였다.
이후 여론에 떠밀린 국회는 방탄국회 방지 규정을 마련했다. 2005년에 본회의 보고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내 표결을 해야하는 ‘72시간 규정’이 신설됐다. 본회의에 체포안을 올려두고 처리를 지연하는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 해석 차이로 72시간 내 표결 없이 폐기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2016년엔 기한 내 처리하지 않은 체포동의안은 추후 개의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는 국회법 조항이 추가됐다.
내년 총선 앞두고 윤관석·이성만 체포안 결정해야

지난 2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윤, 이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은 향후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가 예상되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향배의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특히
두 의원은 송영길계로 분류되는데,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와 굳게 손을 잡았고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을)가 이 대표에 인계되며 친명계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부결을 고집하기엔 1년 안으로 다가온 총선 민심이 민주당엔 부담이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돈봉투 전당대회 수사를 검찰의 정치탄압으로 모는 모습에 이미 집토끼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참에 민주당에 대해 도덕적 우위를 굳히겠다는 태세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자당 소속 하영제 의원 체포안 표결에 앞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했고, 실제로 찬성표를 던져 가결시켰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내년 총선까지 이어가라고, 민주당은 속전속결로 끝내라고 성화”라며 “검찰 수사를 속도와 각당의 대응이 다음 총선의 최대 변수라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