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회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 국방장관이 대만을 놓고 대립했다.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4일 “대만 문제는 민족이 약하고 혼란해 일어났으며. 민족의 부흥에 따라 반드시 끝날 문제”라며 “중국은 반드시 통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하루 앞선 3일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로 결심했다”며 “세계 다른 많은 나라도 마찬가지며, 그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신임 국방부장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국제회의에 참석한 리상푸 부장은 대만 점령에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공개 거론했다. 리 부장은 “우리는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으로 평화통일을 쟁취할 것이지만, 무력의 사용 포기를 절대 승낙할 수 없다”며 “만일 누군가 감히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 한다면, 중국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어떤 적이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아무리 많은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가의 주권과 영토완정(完整·통일)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국은 대국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 진영 대결을 도발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줄곧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추구했지만, 여기에는 미 측의 성의와 언행일치, 중국과 마주하려는 실제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양국·양군 관계가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을 추동하려면 어려움을 두려워 말고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미국의 양보를 압박했다. 

반면 오스틴 장관은 3일 연설에서 “미국은 갈등이나 대립을 추구하지 않지만, 괴롭힘이나 강압 앞에서 움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오래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고, 대만 관계법에 따른 잘 확립된 의무를 이행함으로 해협의 현상을 유지하는 데 깊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강압과 괴롭힘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때 그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중화인민공화국은 국제 영공에서 비행하는 미국과 동맹의 항공기를 불법적이고 위험스럽게 가로막는 행위를 놀라운 빈도로 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군사지도자라면 언제라도 대화해야 하며, 지금이 바로 대화해야 할 시간”이라고 미·중 국방대화를 촉구했다.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서는 중국의 거부로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 무산됐다. 이때문에 지난 2일 개막식을 겸한 만찬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만나 악수를 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엔 달랐다. 지난해 6월 10일 오스틴 장관은 웨이펑허(魏鳳和) 전임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에서 미·중 고위급 전략 소통을 유지하고, 핫라인 유지의 중요성에 공감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2일 개막식 만찬 때 악수의 의미를 놓고 중국의 국수주의 매체 환구시보는 “오스틴 장관이 주도적으로 다가와 악수를 건냈다”고 보도했다.

오스틴 장관의 대만 방어 기조연설을 놓곤 징젠펑(景建峰·57·공군중장)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부참모장도 3일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했다. 징 부참모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 핵심이익으로 어떤 타협도, 양보도 있을 수 없다”며 “중국인민해방군은 24시간 전쟁에 대비되어 있으며, 언제라도 전쟁할 수 있다(全時待戰 隨時能戰)”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