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은 사업부를 효율적으로 재편해 성장 동력을 제고할 수 있는 데다, 물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도 새로운 회사의 주식을 똑같이 나눠 가진다. ‘소액주주’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어 주가에 호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자사주의 마법’ 등을 악용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키우려는 인적분할이 성행하며 시장에 '나쁜 인적분할 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두 기업의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수화학과 OCI의 표면적인 인적분할 이유는 유사하다.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한 성장 산업 육성이다. 이수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이수화학)에 대한 시장 지배력은 높이면서 성장성과 미래가치가 높은 사업은 별도 법인(이수스페셜티케미컬)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OCI도 OCI홀딩스가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을 맡고, 신규 상장사인 OCI는 미래 먹거리가 될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화학소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분할을 통해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 가려져 있던 화학 부문을 묶어 고부가가치 소재 강화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표면적인 목적은 '사업 강화', 내심은 '지배력 강화'?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OCI의 경우 사업 강화보다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인적분할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시장에서 우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OCI는 지주사 전환 발표 후 자사주를 매입해 이런 의혹을 더 부추겼다.
인적분할로 지주회사를 신설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꼼수'는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다. 대표적인 방법은 자사주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를 보유한 대주주가 기업을 인적분할해 신설회사의 신주를 배정받으며 의결권이 살아난다. 결과적으로 신설회사에 대한 대주주의 지배력이 커지고, 기존 소액주주의 의결권은 희석된다. 시장은 이를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기존 주주는 인적분할을 ‘나쁠 것 없는’ 선택으로 여겨왔다. 물적분할로 기업을 나누면 신설회사의 지분을 존속회사가 모두 갖기 때문에 기존 주주는 신설회사 주식을 받을 수 없지만, 인적분할은 분할 비율에 따라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에 맞춰 동일하게 주식을 준다.
하지만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나쁜 인적분할'로 소액주주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를 위한 다수의 법률자문을 해온 심혜섭 변호사는 “물적분할 문제만 대두되지만, 자사주 마법을 통한 인적분할도 대주주에게만 특혜를 주는 ‘주주 보호 사각지대’”라며 “자사주 ‘꼼수’를 이용한 인적분할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있어 소액주주의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인적분할 '주주 보호 사각지대'
하지만 OCI와 동국제강 등 많은 회사가 자사주 소각 시점을 지주회사 구축 완료 이후로 약속하는 등 ‘꼼수’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주회사 전환 뒤에라도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 부양 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자사주 마법’을 모두 누린 뒤에 하겠다는 것이라 반기기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적분할과 관련한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금융위는 5일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를 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한국거래소 측은 “인적분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결국 자사주의 취득과 처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심 변호사는 “자사주 매입 때 일정 기간 이후 소각을 의무화하는 게 근본적인 대안이지만, 적어도 자사주에는 신주 배정을 할 수 없게 하는 조치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