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3일(현지시간) "지금 채용 중"이라고 쓰인 미국의 한 레스토랑 간판 옆을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6/04/5a7119f6-840d-4570-9151-8880fe65ccda.jpg)
지난해 6월 3일(현지시간) "지금 채용 중"이라고 쓰인 미국의 한 레스토랑 간판 옆을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용지표만 보면 미국 경제는 수십 년 만의 대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지난 2일 미 노동통계국은 올해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전월 대비)는 33만9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새로 생긴 일자리만 160만 개에 이른다. 고용률은 60%를 계속 웃돌고 있고, 실업률은 16개월째 3%대에 머물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고용통계 발표 직후 “미국 경제와 노동자 모두에게 기쁜 날”이라며 자축하는 논평을 내놨다. “실업률은 16개월 연속 4%를 밑돌고 있다. 이렇게 오래 낮은 실업률을 기록한 건 1960년대가 마지막”이란 설명과 함께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처럼 고용지표만 보면 미국 경제는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 모두가 직장을 가지고 있는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깝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반대 신호를 읽어내고 있다. 경기 침체 징후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라이언 스위트는 WSJ와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반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시장이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났는데, 이번엔 정반대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코로나19 ‘셧다운’ 때 벌어진 대규모 실직 사태 영향이 우선 크다. 워낙 해고가 많았다 보니 그 공백을 메우려고 채용도 큰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직원을 내보냈다가 재고용ㆍ교육에 어려움을 겪었던 고용주가 경영난 속에서도 해고를 꺼리는 ‘노동 비축’ 현상도 이에 한몫한다고 WSJ은 전했다. 늘어나고 있는 일자리 상당 부분이 코로나19 때 사라졌던 여행ㆍ음식업 등인데, 여타 업종에 비해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문이란 점에서 성장 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용지표 속에서도 침체의 조짐이 감지된다. 실업률 상승이다. 올 5월 실업률은 3.7%로 전달 3.4%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여전히 4%를 밑도는 낮은 수준이지만 이전과 달리 상승 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 경제도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올 4월 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을 뜻하는 고용률은 62.7%로 동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2.8%에 불과하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 -0.3%, 올 1분기 0.3% 증가(전기 대비)에 그치는 등 경제는 둔화하고 있지만, 고용 시장만큼은 ‘나 홀로’ 활황이다. 그러나 지난해 50만~110만 명을 오갔던 취업자 수 증가 폭(전년 대비)은 올 4월 3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수출ㆍ생산ㆍ소비지표 모두 먹구름이 끼었다. 한국에도 역시 ‘완전 고용 침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이후 경제 상황이 꾸준히 개선되더라도 연말까지 이전 고점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 모두) 이젠 긴축의 추가 강화보다 조여 놓은 정책의 파급 효과를 지켜볼 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