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누가 이런 성범죄 영상을 제작하고 유통·판매하는 걸까. 영국 BBC 탐사보도팀이 이를 1년간 추적한 결과를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의 끈질긴 취재로 만난 주범은 일명 '치 아저씨'였다.

영국 BBC는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의 공공장소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동영상을 온라인에서 버젓이 판매해온 일당을 1년간 집중 취재했다. 취재진(왼쪽)을 피해 도망가는 영상 판매자 '마오미'. BBC 홈페이지 캡처
실체를 파고들던 BBC는 영상 공급책인 녹티스 장(30)이란 남성과 만날 수 있었다. 중국 태생으로 일본 도쿄에 거주 중인 녹티스 장은 메탈밴드 가수로 활동했지만, 사실은 같은 밴드 멤버인 루퍼스 푸와 결탁해 공급책을 맡고 있었다. 취재진은 가수 스카우터 행세를 하며 녹티스 장과 접촉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 이 모든 일의 설계자인 치 아저씨, '마오미'(중국어로 '고양이')가 있단 사실을 알아냈다. 도쿄에 사는 중국인으로, 한국의 N번방 사건으로 치면 '박사' 조주빈의 역할을 한 이였다. 녹티스 장은 "동영상 5000편 이상을 사이트에 올려 판매 수익의 30%는 내가 가지고, 나머지 수익(70%)은 마오미에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중국 태생으로 일본 도쿄에 거주 중인 녹티스 장(사진)은 평소엔 메탈밴드 가수로 활동했지만 뒤에선 밴드 멤버와 결탁해 치한 영상 공급책을 맡고 있었다. 트위터 캡처

도쿄에 사는 중국인 '마오미(사진)'는 성범죄 동영상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운영했다. 한국의 N번방 사건으로 치면 마오미가 '박사' 조주빈의 역할을 한 셈이다. BBC 홈페이지 캡처
BBC는 "그는 자신이 매우 신중한 성격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탕줘란'이란 본명이 기재된 신용카드를 보여주는 등 허술한 면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일본 귀화를 꿈꾼다고도 말한 그는, 취재진이 뒤늦게 정체를 밝히고 추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카메라맨을 때린 뒤 도주했다고 BBC는 전했다. 방송은 "'치 아저씨'의 트위터 계정은 지금도 살아있다"면서 "트위터 측에 코멘트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대변 이모티콘뿐이었다"고도 설명했다. 올해 3월 이후 트위터는 언론의 모든 문의 메일에 대변 이모티콘으로 회신하고 있다.
일본에서 성추행 퇴치 운동을 벌이는 다카코(24·여)는 BBC에 "성 가해자에게 여성은 물건일 뿐"이라며 마오미와 같은 범죄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에선 성범죄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BBC는 "활동가들은 개정안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