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 턴베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재임 기간(2017년 1월~2021년 1월) 유독 사우디와 밀착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1년 전부터 PGA 투어와 LIV 골프 간 합병을 예견하고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낙점하는 등 애착을 보여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7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PGA(투어)에 충성하는 골퍼들은 LIV와의 합병이 불가피할 때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경고를 올렸다. 이어 “지금 돈을 받지 않으면 합병 후엔 아무것도 얻지 못 한다. 지금 (계약서에) 서명한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말하게 될 뿐”이라고 썼다.
비슷한 시기,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가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off the table)”고 선을 그은 것과 상반된 얘기였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호언장담은 현실이 됐다.

올해 5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다비드 푸이그 선수 등이 트로피를 들고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양측의 합병 소식은 스포츠계를 넘어 미 정계에도 충격을 안겼다. 리처드 블루멘솔 상원의원(민주당·코네티컷)은 트위터에 “사우디의 ‘스포츠 워싱(스포츠 투자를 앞세워 비판을 잠재우려는 시도)’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면서 “이번 합병은 사우디의 인권 침해 피해자들과 9.11 테러 유가족들을 배반하는 일”이라고 올렸다.
미 상원 재정위원회의 론 와이든 위원장(민주당·오레건)은 “작년까지 잔인한 정권과의 동침(합병)에 대해 감정적으로 발언했던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가 생각을 바꿨다”면서 “위선은 이 뻔뻔하고 파렴치한 현금 장사를 덮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는 이번 계약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며, 미 정부는 이번 협정이 미국의 부동산들에 사우디 정권의 부적절한 통제 또는 접근권을 제공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측 합병 소식에 거의 유일하게 6일 “거대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합병”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G20 정상회의에서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환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일가는 이처럼 콧대 높은 PGA 대신 신생 투어인 LIV와 손을 잡았고, 베드민스터 골프클럽과 마이애미 인근의 트럼프내셔널도랄, 버지니아주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등에서 LIV 경기를 열었다. 이제 사우디의 국부펀드가 세계 간판급 남자 골프 선수들이 소속된 PGA 투어까지 좌지우지하게 된 만큼, 트럼프의 골프클럽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포브스는 “이론적으로 이제 사우디 국부펀드는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트럼프 측에 골프장 이용 수수료 명목 등으로 거액을 지원할 수도 있다”면서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이런 이해충돌 문제가 헌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트럼프 일가는 골프장이 포함된 리조트 관련 부대 사업으로 연간 2억 달러(약 260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NYT 역시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익을 얻게 됐으며, 트럼프 일가와 사우디 간 유착 관계를 또 한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의 사모 펀드에 20억 달러(약 2조 6000억원) 투자 약정을 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사우디 제다 왕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AFP=뉴스1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부터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면서 그를 비판해왔다. 백악관도 “미 대통령의 상대방은 사우디의 살만 국왕”이라며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를 무시하는 듯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 유가가 요동쳤고, 미국은 전세계 3위권의 산유국인 사우디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7월 사우디로 날아가 빈 살만을 만나 협조를 당부했지만, 빈 살만은 석달 뒤 추가 감산을 발표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무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