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붐비는 일반 출국장(오른쪽)과 달리 한적한 교통약자 및 사회적 기여자 출국 우대출구(패스트트랙) 모습. 오삼권 기자
“항공 안전을 위해서 모두가 보안 검색 순서를 기다리는 거잖아요. 누군가 돈을 많이 냈거나 중요한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먼저 들어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박탈감을 느낄 것 같아요.” (28세 김진수씨)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이른 아침부터 비행기를 타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보안 검색 순서를 기다리는 탑승객이 출국장 입구까지 장사진을 이뤘다. 반면, 바로 옆에 마련된 교통약자 및 사회적 기여자를 위한 출국 우대 출구(패스트트랙)는 찾는 이가 없어 한적했다. 패스트트랙 전용 출구인 1번·6번 출국장은 아예 폐쇄된 채로 방치되고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 패스트트랙을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 정서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무 외 목적의 빠른 출입국을 사실상 금지하자 이용객 사이에서 불편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약자 및 사회적 기여자 전용 출국 우대출구(패스트트랙)인 1번 출국장이 폐쇄된 모습. 오삼권 기자
패스트트랙이 막힌 기업인들은 일부 국가에서라도 신속하게 출입국하기 위해 부랴부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 여행카드(ABTC)를 발급하고 있다. ABTC는 21개 APEC 회원국 간 경제 교류를 늘리기 1997년 도입된 제도로 기업인의 신속한 출입국을 상호 보장한다. 중앙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BTC 발급 건수는 2022년 9422건에서 지난해 2만9760건으로 2년 새 약 3배로 증가했다.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ABTC는 연간 수출액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 이상의 무역업체 등 기업요건과 2년간 ABTC 회원국 4회 이상 방문 등 개인요건을 모두 만족한 사람에게 발급된다. 임직원 규모에 따라 기업별 최대 발급 인원이 달라진다.

지난 3월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수출용 차량등이 주차돼 있는 모습. 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공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패스트트랙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 이용객 순위 상위 30위 공항 가운데 유료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곳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3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 도입이 인천공항이 세계 1위 공항 지위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패스트트랙은 국익을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전문가들은 사회적 수용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을 고려했을 때 패스트트랙은 필요하다”라면서도 “인천공항은 해외 공항보다 수속 절차가 빨라 일반 승객은 패스트트랙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를 국민께 충분히 설명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