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세종시 세종동 중앙공원 2단계 부지에 있는 논을 배경으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최종권 기자
모내기 막 끝낸 세종 도심서 고라니 ‘껑충’
흰 새들이 논과 물웅덩이, 습지를 오가며 먹이활동을 했다. 풀숲에 숨어있던 고라니 한 마리가 도랑을 껑충 뛰어넘어 도망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른바 ‘세종시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세종 중앙공원 코앞에서 본 풍경치고는 다소 생경한 느낌을 줬다.
금강변 96번 지방도 안쪽에 있는 이 땅은 원래 옛 연기군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장남평야 미개발 구역이다. 행복청이 각계 의견을 수렴해 중앙공원 2단계 예정지 중 21만㎡를 ‘공생의 뜰’로 남겨두기로 결정하면서 여전히 벼농사를 짓는다.

지난 8일 세종시 세종동 중앙공원 2단계 부지에 있는 논. 최종권 기자
금개구리 서식지 논란에 “논 존치”
중앙공원은 이름처럼 세종시 한가운데 있다. ‘환상형(環狀形·고리 모양)’ 구조로 설계된 세종시 중심부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휴일이면 공원 주차장은 늘 만차다. 세종호수공원과 국립세종수목원과 함께 시민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행복청 계획대로라면 도심 한복판 벼농사는 중앙공원 조성 완료 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개구리 보전지역 21만㎡가 포함된 세종시 중앙공원 2단계 조정안. 연합뉴스
“도심 벼농사 어색” vs “훼손하지 말자”
반면, 또 다른 주민 김모(37)씨는 “논이 있다고 해서 공원경관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도시 아이들이 산책하며 계절마다 농경지와 습지가 바뀌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주민(32)은 “농경지를 훼손하지 않고 보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원도시’를 추진하는 세종시 방침과 맞물려 “농경지를 꽃밭으로 꾸미자”는 제안도 나왔다. 황순덕 국제정원관광네트워크 세종지회장은 지난달 19일 정원도시 토론에서 “세종중앙공원 일부가 벼 재배 농지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곳에 꽃밭을 조성하면 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지회장은 “세종시에는 꽃을 키워 국립세종수목원 등에 납품하는 50여개 화훼농가가 있다”며 “이들 농가에 화훼 씨앗·구근 생산과 꽃밭 재배 기술을 알려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중앙공원에 서식하는 금개구리를 보호하기 위해 꽃밭 옆에 별도 생태습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세종시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행복청 “생태공원 조성, 사회적 합의”
행복청 관계자는 “중앙공원 2단계 사업은 2016년부터 3년간 의견 수렴을 거쳐 금개구리 보존을 포함한 생태형 공원 조성 계획으로 결정됐다”며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계획을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