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아동전문병원이었던 서울 용산구 소재 소화병원은 근무 의사 부족으로 이달부터 휴일 진료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사진은 11일 오후 소화병원 앞 휴진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 3월 31일 밤에는 경남 하동에서 탈장으로 항문출혈 증상을 보이는 4세 환자의 신고가 접수됐다. 하동 119안전센터는 진주ㆍ사천ㆍ창원ㆍ부산 관할 병원에 연락을 돌렸으나 응급실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었고, 이송할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 환자 보호자의 지인이 근무하는 전남의 한 종합병원에 연락이 닿아 이송을 완료할 수 있었다. 현장 도착 2시간 만이자 140km를 이동한 뒤 얻은 결과였다.
경련·발작에도 소아응급실 찾아 전전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4월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3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에서 질의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수치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최근 공개한 '중증외상환자의 손상 후 내원 소요시간 현황'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권역외상센터 응급실로 들어온 0∼9세 중증외상환자 122명 중 손상 발생 후 골든타임인 1시간 안에 내원한 비율은 24.6%(30명)로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0∼9세 중증외상환자의 골든타임 내 내원 비율은 2018년 31.3%에서 3년 만에 6.7%포인트 줄었다.
현장에선 “복지부, 인프라 확충 없이 센터 지정만” 쓴소리
보건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4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2곳 더 확충해 전국에 총 10곳을 지정했지만, 현장에선 인프라 확충 없이 지정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창원 서울아동병원 병원장)은 지난 9일 '어린이 진료체계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소아 의료 현장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족한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정부는 하드웨어 확대 정책에만 집중하고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에 따르면 5월 기준 아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78시간이다.
아동병원협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이 있지만, 업무가 과중하고 의료기관 경영이 어려워 소아 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은데 이들을 돌아오게 할 제도 개편과 국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중장기적인 소아청소년과 인적 자원 충원 계획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성 의원은 "중증 응급 환자임에도 병원 도착까지 몇 시간이나 소요됐다는 것은 소아 환자 응급의료체계에 문제점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하며 "소아 환자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개선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