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 장면. 배우 조승우. 사진 에스앤코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공연예술관람료는 전년동기대비 6.3% 상승했다. 2분기 기준으로는 2014년(9%) 이후 9년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 폭이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2%)의 2배에 육박한다.

차준홍 기자
특히 공연업계의 티켓인플레이션을 견인한 건 대규모 내한공연이나 뮤지컬 등 대극장 공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액은 약 502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2% 증가했다. 객석수가 많고 티켓가격이 높은 내한공연 등 1000석 이상의 대극장 공연이 172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영향이다. 티켓 1장당 평균 가격은 5만3926원으로 코로나 초기인 2020년 상반기(4만5243원)대비 19.2% 상승했다. 특히 같은기간 유명 가수 콘서트와 같은 대중예술 티켓 가격은 7만3961원에서 9만8198원으로 32.8% 급등했다. 대중예술을 제외한 장르는 0.4% 상승(4만1536원→4만1713원)에 그쳤다.

차준홍 기자
하지만 이런 추세가 장기화하면 대중들의 공연 접근성이 떨어지고 결국 ‘문화 향유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용 부담을 제작사가 떠안고 또 이를 관객에게만 전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른 만큼 티켓플레이션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명확한 시스템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소비자로선 가격 인상이 합당한 수준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상업예술이다 보니 쉽진 않겠지만 크라우드펀딩 등 관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대중들이 인기 공연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주변 호텔ㆍ식당ㆍ쇼핑몰의 매출을 올리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연구도 있다. 스웨덴에서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의 예상(9.2%)을 웃도는 9.7%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같은 달 스톡홀름에서 열린 가수 비욘세의 공연이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가디언은 덴마크 은행 단스케방크의 보고서를 인용해 “비욘세 공연을 보기 위해 스톡홀름을 찾은 관광객들 때문에 호텔·식당 등 가격이 전월 대비 약 3.3% 올랐다”며 “이번 콘서트가 물가 상승률에 약 0.2%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