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나주시에 있는 한전 본사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31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한전 등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전과 발전 5개사가 납부한 법인세(지난해 회계 기준) 총합은 223억원에 그쳤다. 탈원전 정책 이전인 2016년 당시 법인세 1조4006억원과 비교하면 6년 새 1.6%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들 6개 공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2021년(12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바닥을 지나고 있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여파 등으로 재정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대표 공기업인 한전의 법인세 감소 폭이 매우 크다. 4조9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2016년엔 법인세 9005억원을 냈지만 2021년엔 1억3000만원, 2022년은 20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마저도 21년은 자산 매각, 지난해는 땅 매각에 따른 세금 납부액이 각각 법인세로 잡힌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에 따른 법인세는 사실상 2년째 없는 셈이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수십조원 매출을 내는 한전이 세금을 못 내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다른 발전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부발전은 2년 연속 법인세를 내지 못했다. 중부·남부 발전은 작년 치 법인세 납부 대상서 빠졌다. 그나마 남동·동서 발전만 100억원 안팎으로 납부했다. 2016년 5개사를 합쳐 5000억원 넘는 법인세가 매겨진 것과 대비된다. 한전이 계속 흔들리고 연료비 상승을 비롯해 전반적인 경영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2일 서울 시내 한 주택 외벽에 전력량계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그러는 사이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6%(43조4000억원) 줄었다. 특히 법인세 세수는 1년 전보다 26.1%(17조1000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긴축 재정' 기조를 내세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내년 예산 증가율을 19년 만에 가장 낮은 2.8%로 묶은 게 대표적이다. 지출 증가를 최소화해도 세수 대폭 감소로 내년도 재정적자는 9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에너지 공기업의 자구 노력과 원전 활용도 확대, 단계적인 요금 현실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이종배 의원은 "조 단위 법인세를 내던 에너지 공기업이 잘못된 탈원전 정책 등으로 세금 한 푼 못 내는 상황이 됐다. 한전과 발전사들의 재정 건전화에 가속을 붙여야 국가 세수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