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포토
매년 1조원대 규모로 발생하는 임금 체불이 노동 약자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여전히 ‘늦게 주면 어때’, ‘버티면 그만이지’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보다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청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경진 기자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체불액은 82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급증했다. 덩달아 피해자들이 체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올해 1~7월 미청산율은 20.4%로, 임금을 떼인 노동자 5명 중 1명은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16.3%)이나 2022년(15.7%) 등 최근 미청산율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그만큼 ‘버티는 사업주’가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김경진 기자
이마저도 체불액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사업주는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지만, 체불액의 10%도 안되는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벌금형에 처해지더라도 체불액 대비 벌금액이 30% 미만 수준인 경우가 77.6%에 달했다. 처벌의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임금체불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 대부분이 노동 취약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임금체불의 74%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피해 사례 중에선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은 탓에 체불 사실 자체를 증빙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매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인 만큼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노무법인 노동과인권 박성우 노무사는 “기본적으로 형량이 너무 낮고, 뒤늦게라도 임금을 지급하면 선고유예로 끝나기 일쑤이다 보니 ‘제때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부족하다”며 “재직자 임금 체불에 대한 지연이자제를 도입해 늦게 지급하는 만큼 더 부담하도록 만들고, 임금 체불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등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