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공급 부족”…WTI 90달러 돌파

서울의 한 주유소.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른 이유는 공급 부족 우려 때문이다. 전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지속적인 감산에 “하반기에 상당한 원유 공급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올해 4분기부터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런 공급 부족 규모는 10여년 만에 최대다.
감산 연장하는데, 공급 대응책 없어

차준홍 기자
하지만 이들 감산만으로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 감산 기간이 늘긴 했지만, 러시아는 감산 규모를 하루 50만 배럴에서 30만 배럴로 오히려 축소했다. 이 때문에 감산 기간 연장보다는 비(非)OPEC플러스(+) 국가의 감산 대응 능력 감소가 더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략비축유 고갈되고, 추가 유전 개발은 제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왼쪽)과 러시아 대통령 블라드미르 푸틴(오른쪽). AFP=연합뉴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고금리·고물가 상황은 추가 유전 개발을 어렵게 해 공급 부족 우려를 더 키웠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이후 미국에서 새롭게 시추·완공되는 유정 수도 줄어들고 있고, 시추 후 미완공 유정(DUC)의 감소 또한 급격하지 않다”면서 “인건비와 금리가 상승해 투자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탈석유 사우디, 유가 높이기 감산 계속할 듯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으로 사우디가 재정균형을 이루기 위한 국제유가는 배럴 당 80.9달러다. ‘비전 2030 프로젝트’에 투입할 추가 재정수입을 위해서는 국제유가는 이보다 더 높아야 한다.
박 연구원은 “사우디로 대변되는 OPEC+의 감산 의지는 크고, 이를 방어할 비OPEC의 원유 증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해당 추세가 2014년 이후 누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유가는 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