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5년간 국민연금이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지출하는 돈이 연평균 10%씩 늘어날 예정이다. 반면 국민연금 보험료로 거둬들이는 수입은 연간 2%대 증가에 그친다. 연금 지출 증가 속도가 수입보다 4배는 가파르다 보니 기금 고갈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2027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 급여비 지출액은 올해 36조2287억원에서 2027년엔 53조3413억원으로 늘어난다. 4년 만에 1.5배로 불어나는 수준이다. 이 기간 연평균 증가율은 10.2%에 달한다. 연금 급여비 지출은 전체 국민연금 기금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기간 사업비 등을 포함한 전체 기금 지출은 올해 37조1216억원에서 2027년 53조3413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연금보험료 수입은 56조5439억원에서 62조1148억원으로, 연평균 2.4%가 증가하는 데 그칠 예정이다. 소득 중 일부를 거둬들이는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의 증가율이 연금 급여비 지출 증가율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다. 기금을 운용해 얻는 이자 및 재산 수익 등까지 포함하면 연평균 수입 증가율이 총 5.4%라고 하지만, 역시 지출 증가율에 못 미친다.
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많아 국민연금 적립금이 쌓이는 구조였지만, 점차 연금을 낼 젊은 세대는 줄고 연금을 받을 고령층은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연금 급여비 지출이 4년간 가파르게 늘어나는 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영향이다. 한해 출생아 수가 100만명에 달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1955~1963년생을 칭한다. 1955년생은 2016년부터 국민연금(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63세가 되는 1961년생이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8월 기준 연령별로 봤을 때 인구가 가장 많은 게 62세로, 93만8187명에 달했다. 60세와 61세도 같은 달 기준으로 80만명이 넘는다. 대한민국에서 역대 가장 많이 태어난 세대가 연금 수령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반면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저출산은 심화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올해 초 제5차 재정추계를 발표하면서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41년부터는 연금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는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 고갈 시엔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혈세 투입과 나라빚이 늘면서 국가 재정 전체에 부담으로 돌아간다.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에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채무는 안 그래도 증가 추세다. 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1인당 국가채무는 불어나는 추세다. 정부의 2023~2027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 국가채무는 1128조8000억원이다.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전망한 올해 인구(5156만명)로 나눠보면 1인당 나랏빚이 2189만원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3년(971만원)보다 2배 넘게 늘었다. 국가채무는 계속 증가하는데 인구는 2020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18~64세 대비 65세 이상 인구를 뜻하는 '노인부양비'도 올해 27.1%에서 2030년 40.2%, 2050년 81.8%로 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을 9%에서 12~18%로 인상하고, 연금지급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6~68세로 상향하는 국민연금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개혁 방안을 담은 최종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정계산위원장을 맡은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낮은 보험료율로도 기금이 쌓였던 가장 큰 이유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파르게 연금급여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8~1974년생)가 은퇴하기 전에 보험료율을 높여야 미래 세대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젊은 세대가 더 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