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과 주요 경제부처에 따르면 2021년 5월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가 대표적이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구당 소득·지출을 파악해 각종 경제·사회정책을 만드는 데 쓰는 국가 핵심 통계 중 하나다. 통계청은 당시 조사에서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같은 기간 436만8000원에서 438만4000원으로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해당 분기부터 새롭게 1인 가구를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서 나온 결과다. 기존 2인 이상 비(非)농림어가 기준으로 따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에서 532만원으로 0.7% 줄었다. 당시 통계청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지난해 30%를 넘는 등 달라진 현실을 반영했다”며 “전문가 심의를 거쳐 기준을 바꿨다”고 해명했다.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유경준 의원, 통계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9/17/aa22c23c-754d-4341-8fd7-0aa44c4301d6.jpg)
2021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비교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유경준 의원, 통계청]

김주원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통계청은 평균 소득을 높이기 위해 2017년 2분기부터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가중치를 부여하기도 했다. 통계 조사를 할 때 모든 표본을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가중값을 두는 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다만 특정 집단이 비정상적으로 큰 가중값을 가질 경우 통계 결과가 왜곡된다. 통계법에서 새 통계 방법을 채택할 때 통계청장 승인을 받도록 한 이유다.
통계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시계열 비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같은 기준을 놓고 과거 시점과 비교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해당 시기에 갑작스럽게 조사 기준을 바꾸면서 통계의 연속적인 비교가 어려워졌다. 유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 부분만 적시했는데, 더 큰 문제는 분배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통계를 개편해 시계열을 단절시키거나 표본을 바꾼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이런 통계자료를 공표 전 미리 받아봤다. 통계법 27조 2항은 통계 자료를 공표 전에 제공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문 정부 인사들은 '통계기관이 신규 통계나 기존 통계를 변경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할 때 (통계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사전 통계 제공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감사원 발표 이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통계청은 몸을 낮췄다. 통계청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통계 작성·공표 등 모든 과정에서 중립성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왜곡된 통계에 기반해 주요 정책을 수립한 관계 부처 책임론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의 경우 가계동향조사는 물론 고용·물가 등 주요 통계청 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분석 자료를 내고 정책에 반영한다. 다만 관련 부처에 통계 자료의 검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