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미사람인데 대구 가서 썼다…'쓸 데없는' 30% 농할상품권

제로페이 연계 앱에 농할상품권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다. 사진 앱 캡처

제로페이 연계 앱에 농할상품권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다. 사진 앱 캡처

 
서울 마포구에 사는 워킹맘 김모(36)씨는 지난 4일 제로페이 ‘농할상품권’ 9만원어치를 6만3000원에 샀다가 며칠 뒤 전액 환불했다. 국산 농축산물을 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솔깃했지만 정작 사용처를 찾기 어렵고 사용 유효기간도 짧아서다.

제로페이 관련 앱에서는 ‘전통시장 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농축산물 구매 시 30% 할인+소득공제 40% 혜택’이라고 안내됐지만 자주 가던 집 근처 전통시장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는 농할상품권을 받아주지 않았다. 

가맹점 전국에 5000여 곳 불과해

19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행하는 농할상품권이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국내산 농축수산물에 대한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내세웠지만 가맹점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농할상품권은 농식품부가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산물 소비를 활성화하고,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2021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설·추석 두 차례, 올해는 홀수 달에 판매하고 있다. 할인율이 30%이고, 소득공제 혜택도 있어 주부들 사이에서 알뜰 구매 노하우로 입소문을 탔지만 사용처나 홍보 등과 관련해선 개선 목소리가 높다. 

이날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할상품권 가맹점은 5586곳에 불과하다. 2021년 4408개, 지난해 4568개로 소폭 늘어나는 추세지만 전국 전통시장 점포 수 24만1080개(2021년 말 기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김씨는 “가맹점을 확인할 수 있는 ‘Z맵’ 앱을 다운받아 직장과 가까운 경기도 성남시 한 전통시장 내 가맹점을 검색해보니 두 곳에서만 쓸 수 있었다”며 “할인율이 꽤 높아서 기분 좋게 샀다가 곧 실망했다”고 말했다. 유효기간이 5년이고 온라인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농할상품권은 사용 가능한 기간이 한 달 남짓이다. 온라인몰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명절 전 소비 활성화가 발행 취지여서다. 김씨가 4일 구매한 농할상품권은 다음 달 13일이 기한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농축산물 할인지원 웹사이트에서 '제로페이'와 '제로페이 농할상품권'을 혼동할 수 있지 않느냐는 중앙일보 문의에 농할상품권 문구를 추가(아래)했다. 각각 14일(위), 18일(아래) 농할상품권 가맹점을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 모습. 사진 웹사이트 캡처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농축산물 할인지원 웹사이트에서 '제로페이'와 '제로페이 농할상품권'을 혼동할 수 있지 않느냐는 중앙일보 문의에 농할상품권 문구를 추가(아래)했다. 각각 14일(위), 18일(아래) 농할상품권 가맹점을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 모습. 사진 웹사이트 캡처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상품권은 국산 농축산품을 다루는 전통시장 내 제로페이 가맹점 중 별도로 신청한 점포에서 쓸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전국상인연합회에서 신청을 받다 보니 일부 시군구 지역에는 아예 사용처가 없다. 최근 경북 구미 지역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제가 검색을 잘못한 것이냐. 사용처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 글에 “구미에 없다. 대구 가서 썼다”는 답글이 달리기도 했다. 

제주도 가맹점 한 곳뿐…현장 체감도 떨어져

농축산물 할인 지원 웹사이트에 따르면 서울 1개, 인천 1개, 울산 1개, 경기 5개, 강원 5개, 충북 1개, 충남 1개, 전북 10개, 전남 5개, 경북 10개, 경남 4개, 제주 1개 등 전국 45개 시군구의 농할상품권 가맹점이 ‘제로’다. 경북에는 구미를 포함해 성주·영덕·울진·청송 등 9개 지자체에 가맹점이 없다. 수도권인 서울 서초, 인천 옹진, 경기 과천·남양주·양주·용인·포천에도 사용처가 없다. 제주도는 섬 전체에 한 곳뿐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현장에서도 체감도가 높지 않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농할상품권은 주로 젊은 손님들이 챙긴다”며 “그런데 전통시장 상인들도 60대 이상이 많아 이런 상품권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맹 신청을 많이 못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앱에서만 판매…고령층 불만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도 불만 거리다. 농식품부는 고령층의 구매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11~17일 65세 이상 전용 농할상품권을 판매했지만 이 역시 모바일 앱으로만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높은 할인율에도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 지난 4일 전 연령 대상 판매 시 61억3000만원(정부 부담 18억4000만원)어치 상품권이 완판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활성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모바일보다 오프라인이 익숙한 분들을 위해 오는 21~27일 전국 100개 시장에서 축산물을 구매한 후 영수증을 내면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