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부산 유세 도중 취재진과 만난 이 후보는 “발음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계엄 보수’와 개혁 보수는 선명한 차이가 있다”며 “계엄 보수 빅텐트를 아무리 해봐야 국민에게 감동을 못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여론조사를 하느니 해서 큰 것이 작은 것에 대해 강압적으로 나가는 건 젊은 세대가 가장 ‘극혐(극히 혐오)’하는 찍어누르기”라고도 했다.
단일화에 부정적인 이 후보와 달리 국민의힘은 김 후보 직속으로 빅텐트 추진단(단장 신성범 의원)을 출범시키는 등 이 후보와의 단일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후보는 그런 국민의힘을 겨냥해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착각은 ‘너 단일화 안 하면 배신자로 찍혀서 정치 못하게 만들어 줄게’ 같은 말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여러 가지 경로로 이야기하면 뭔가 움찔이라도 할 줄 아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수년간 이준석 죽여보겠다고 공작하던 사람들이 지금 더 떠든다고 눈 하나 깜짝하겠느냐”고 썼다. 이날 유세에선 “계엄을 일으킨 윤석열에게 목줄 잡힌 정당”이라고 쏘아붙였다.
전날 대구에 머물다 밤 늦게 부산에 도착해 유세를 이어간 이 후보는 이날 “윤석열 정부에서 부산 관련 공약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저는 부산을 확실한 금융도시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선 “양지를 찾아다니고 헌법 정신 훼손을 일삼는 후보가 부산을 대표하는 정치인 김영삼·노무현 두 분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활주로 2개 이상을 갖춘 가덕도 신공항 건설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장과 같은 바닷가 야구장 신설 등을 부산 공약으로 내세운 그는 이날 “부산에 본사를 둔 증권회사를 통해 거래되는 주식은 특별히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관 하나 떼서 옮겨준다는 식의 지방 발전은 제한된 성공만 가져온다”며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규제와 세금이 적은 곳으로 돈이 흐른다”고 했다. 이날 오후 범어사를 방문한 뒤에도 “부산을 특구로 설정하고 특별법을 시행해 금융 관련 규제를 줄이겠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14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학색식당에서 학식을 먹으며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05.14. 뉴시스
이날 이 후보는 양당 후보의 부산 공약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이재명 후보가 해양수산부와 해운회사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한 데 대해 “아무리 공적 지분이 많아서 사실상 국가 소유인 상태라 해도 입지란 건 그 회사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이재명 후보의 어설픈 괴짜경제학이 대한민국을 흔들어놓는 걸 좌시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에 대해선 “대부분 공약이 제가 윤석열 정부 초기에 유세차에 올라서 했던 말”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하나의 약속도 지키지 않아서 거짓말을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부산 출신인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양쪽 진영에서 이탈하는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이 후보는 전날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의 지지선언을 들며 “부산이 바라는 바는 민주주의를 했던 김 전 대통령 정신을 실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위에 있을 때도 권한으로 찍어내리지 않고 검사들과 대화하겠다고 나섰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한 달에 한 번씩 야당 당수와 조찬 모임을 정례화하고, 도어스테핑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범어사에서 국제종교연합 이사장인 대종사 정여 방장스님, 전국기독교총연합 대표 회장인 임영문 목사 등을 만난 뒤 ‘무구무애(無垢無碍·허물이 없어 걸릴 게 없다)’라고 쓴 족자를 선물로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지난해 범어사에서 같은 글귀의 족자를 받았다.
이 후보는 부산대에선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학생들과 교육 정책에 관해 토론했다. 한 학생이 이 후보에게 “지방대 육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서울의 대학 정원이 줄지 않고선 지방 거점 국립대가 클 수 없다. 부산대의 경우 몇 개 학과를 집중 육성해서 정원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다른 학생이 “지방재정교부금을 초·중등교육에 대부분 할당하는데 학생 수가 줄어서 많이 남는다. 이걸 고등교육 쪽으로 옮기는 게 어떤가”라고 묻자 이 후보는 “동의한다. 초·중등교육 재원을 고등교육으로 올리고, 40대가 되면 다시 한 번 대학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자갈치시장에서 상인들은 이 후보를 향해 “한 잔 하고 가이소”, “젊은 사람이 대통령 해야지”라고 격려했다. 이 후보는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2030세대를 겨냥해 집중유세를 펼친 뒤 자정까지 도보 유세를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