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경기도 반려동물 복합문화시설인 반려마루 여주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 이 강아지들은 9월 1일 화성시의 한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개들이다. 경기도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1400여마리의 강아지들

경기 화성시의 한 강아지 공장에서 발디딜 틈 없이 밀집 사육되던 번식견들. 동물권행동 카라
구조된 개들은 대부분 포메라니안과 몰티즈, 푸들 등 몸집이 작은 소형견이다. 평균 7살인 성견이지만, 1평(3.3㎡)도 안 되는 번식장의 좁은 케이지 안에서 10여 마리가 빼곡하게 지낸 탓인지 다들 체구가 작았다. 건강검진 결과도 좋지 않았다. 다리나 눈 등을 다친 강아지가 많았다. 심한 치석으로 잇몸 등을 다쳐 먹이를 먹지 못하거나 잦은 출산으로 몸이 쇠약해진 개들도 있었다. 수의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봤지만, 몇 마리는 결국 사망했다. 현재도 건강 상태에 따라 출산을 앞두거나 나이가 많은 강아지 40여 마리는 병원에, 나머지 540여마리는 보호동에 입주했다.

지난 1일 화성의 번식장에서 학대받은 동물들이 경기 반려마루로 이송되고있다. 경기도
구석 생활에서 애교쟁이 된 강아지들 ‘자원봉사자 덕’

9월 1일 화성의 번식장에서 학대받은 동물들이 경기 반려마루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기도
처음 반려마루에 왔을 때만 해도 강아지들은 좁은 공간에서 지낸 탓인지 움직임이 적었다. 운동 등을 위해 잔디밭에 풀어놔도 건물 주변에 딱 붙어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제대로 짖지도 못하고 낑낑댔다.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서로 안아달라며 꼬리를 흔들고 배를 보여준다. 사육장 청소를 위해 풀어놓으면 활달하게 뛰어다니고 사람에게 다가와 몸을 비볐다.
반려마루 측은 강아지들이 변화 이유를 ‘자원봉사자’라고 설명했다. 오전·오후로 나눠서 보호실 청소는 물론 먹이 주기, 목욕·미용·위생관리 등과 산책 등 놀아주기를 담당하는데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20~5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찾는다고 한다. 김후종 경기도 반려동물시설팀장은 “반려마루 자체 인력만으론 강아지들을 돌보는 데 한계가 있어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는데 500여명이 넘게 신청했다”고 “연휴 기간에도 자원봉사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마루를 찾은 자원봉사자들이 보호실에 있는 강아지들을 살펴보고 있다. 최모란 기자
자원봉사자 상당수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 그래선지 강아지에 대한 애정이 크다. 김규리(21·여·용인시)씨는“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았을까 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충남 아산시에서 왔다는 고효선(23·여)씨는“평소엔 천안에 있는 유기견보호센터로 봉사를 다니는데 구조된 강아지들에 대한 내용을 다룬 유튜브를 보고 도와주고 싶어서 친구와 함께 왔다”며 “직접 보니 강아지들이 너무 작아서 안쓰럽다”고 말했다.
구가운(27·서울시·수의사)씨도“SNS에 뜬 구조 영상을 보고 여자친구와 함께 봉사를 왔는데 시설도 좋고 아이들 영양 상태에 맞춰 먹이를 별도로 배식하는 점도 특이했다”며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라 사람을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시간이 되면 또 봉사하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며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개인·단체 자원봉사자들도 생겼다고 한다.
“입양하고 싶다”는 문의도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도 봉사를 마친 뒤에는 “이 아이는 내가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정도다. 반려마루는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등이 모두 끝난 이달 중순쯤부터 강아지들에 대한 입양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