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이정후가 1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회복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왼쪽 발목 수술을 받은 이정후는 최근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수원=고봉준 기자
이정후는 지난해 프로야구를 평정한 타자였다. 타율과 타점, 안타, 출루율, 장타율 등 타격 5개 부문 타이틀을 휩쓸었고, 압도적인 지지로 MVP까지 됐다. 지난해 활약을 통해 이제는 더 큰 무대로 나아갈 때가 됐음을 느꼈고, 올 시즌 친정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미국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부상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7월 2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도중 심한 발목 통증을 느껴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벤치로 들어왔다. 다음날 나온 정밀검진 결과는 왼쪽 발목 신전지대 손상. 완치를 위해선 봉합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고, 결국 수술대로 올랐다. 회복까지 최소 3개월이 필요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물론 남은 페넌트레이스 출전도 어려워졌다.
모두의 걱정 속에서 잠시 그라운드를 떠났던 이정후가 마침내 복귀 시동을 걸었다. 이정후는 1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동료들과 함께 타격과 수비 훈련을 소화하며 감각을 조율했다. 앞서 고척스카이돔에서 간단히 몸을 만들기는 했지만, 원정 동행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회복 훈련을 마치고 만난 이정후는 “최근 선수단으로 합류해 가볍게 운동을 하고 있다. 아직은 간단한 훈련이 대부분이다. 캐치볼과 티배팅, 펑고 정도만 하고 있다. 천천히 단계를 올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수술 이후로 키움 2군이 있는 고양구장을 오가며 몸을 만들었다. 아침 일찍 건너가 계획한 스케줄을 모두 마친 뒤 퇴근했다. 재활 운동의 강도는 달라진 몸집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이정후는 몸이 더 좋아져서 왔다. 아팠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몸이 더 두꺼워졌다”고 웃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정후는 “정말 죽어라 운동만 했다. 야구를 하지 않으니까 시간이 참 많았다. 그래서 하루에도 서너 번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고 설명했다.

키움 이정후의 전력질주 장면. 뉴스1
함께 항저우로 가지 못한 속상함도 이야기했다. 이정후는 당초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발목 수술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특히 키움 입단 동기인 김혜성 그리고 매제인 고우석과 의기투합하지 못한 아쉬움이 큰 눈치였다.

키움 이정후. 연합뉴스
이어 “(김)혜성이와 (고)우석이에게도 모두 응원을 보내줬다. 그런데 우석이는 ‘내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잊지 않았다.

키움 이정후의 타격 장면. 연합뉴스
이정후는 “복귀는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문제다. 내가 어떻게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일단 이렇게라도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다. 팬들께서도 정말 많이 걱정해주셨는데 마지막까지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