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약속한 '김포공항 이전' 논란…野 "공약 다 뒤집진 않았다"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포공항 일대 개발’ 관련 공약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오른쪽),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SK브로드밴드 스튜디오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뉴스1

진교훈 더불어민주당(오른쪽),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SK브로드밴드 스튜디오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뉴스1

 
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김포공항 일대 고도제한 완화 및 구도심 개발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진 후보는 “지금은 김포공항에 대해서 혁신 개발 지구로 지정하고 여러 사업을 진행 중이다”며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공항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남부순환도로를 지하화하고 상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나아가 “고도제한을 완화하고 용적률 상향을 끌어내겠다”며 “주변 지역을 미래항공의 전략산업단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지난해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당시 이재명 대표가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한 사실을 지적했다. 김 후보는 “이 대표의 공약이 잘못됐다는 건지 확실하게, 명쾌하게 답을 주라”고 날을 세웠다. 김 후보는 여당 구청장 후보로서 강점을 앞세우며 “강서구는 80여년 전의 고도제한으로 인해 59조원 상당의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토부와의 네트워크를 발휘해 주변 빌라를 높은 아파트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 모두 김포공항 일대 고도제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해 5월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에서 정책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해 5월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에서 정책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진 후보가 이날 “공약을 완전히 뒤집은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포공항 이전 관련 공약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도 첨예하게 맞붙었던 사안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27일 경기 김포시 경인아라뱃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김포공항을 이전해 인천 계양과 경기 김포, 서울 강서 일대 수도권 서부를 통합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제주 관광에 타격이 올 수 있다며 당시 오영훈 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는 강하게 반발했다. 진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구청장과 국회의원의 공약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이전 공약은 주변지역이 혁신 개발 지구로 지정되기 전의 일이라 현재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은 공항 이전 대신 공항일대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개발하는 쪽이 맞다"고 했다.  


두 후보는 서로의 공천 과정을 두고도 맞붙었다. 김 후보는 “공천 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과 당 민생경제국민안전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는데, 갑작스럽게 만들어준 이력 아닌가”라며 “조국 일가와 조민처럼 허위로 급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진 후보는 “본인의 비리 혐의로 검찰에서 해임 처분됐다가 혐의가 확정판결 나면서 구청장직을 상실하지 않았느냐”며 반격했다.

지난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후보들의 선거공보에 따르면 진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 백지화를 전제로 한 ‘김포공항 일대 고도제한 완화’외에 ▶서울시립 강서도서관의 복합 시설화 ▶남부순환로 지하화 추진 ▶도시철도 확충 등 지난해 지방선거의 민주당 핵심공약은 그대로 계승했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가양 및 등촌 택지 특별정비구역 지정 ▶추가 모아타운 후보지 선정 등 지난해 지방선거 출마 당시 공약을 다시 내세우며 사업의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3일 토론회에서 “구청장으로 다시 일할 수 있다면 빌라를 아파트로 만들고, 한강 변 오래된 아파트를 초고층 수변 아파트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인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추진은 물론이고 강북횡단선 신설, 노후빌라 재건축 추진 등도 5대 대표 공약에 포함시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방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방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전국공항노동조합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여야 지도부는 내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강서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연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3일 한국공항공사 자회사의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공항노동조합을 찾아 “이번 선거는 일꾼을 뽑을 거냐, 아니면 정쟁하는 낙하산 후보를 뽑을 거냐는 문제다”며 “민주당 대표 체면 세워줄 사람을 뽑아 손해 봐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판단을 구민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의 무리한 사면과 범죄자를 다시 공천하는 여당의 오만함에 구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이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