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낙폭은 더 컸다. 전 거래일 대비 4%(33.62p) 폭락하며 807.4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2차전지 열풍을 이끈 기업들의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에코프로(-8.55%)와 에코프로비엠(-7.11%) 등 에코프로 형제주가 7% 이상 급락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포스코퓨처엠(-6.54%), LG에너지솔루션(-4.3%)의 하락폭이 컸다.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친 데는 치솟는 미국 국채 금리 영향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4.823%까지 오른 뒤 연 4.803%에 마감했다. 특히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 선에 다다른 연 4.927%로 마감했다.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높다.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 불쏘시개는 탄탄한 경제 지표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의 호조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강도 긴축을 장기간 유지하는 배경이 될 수 있어서다. 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ㆍ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미국 민간기업 구인건수는 961만건으로 시장 전망치인 880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도 국채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미국 국회에선 한 달짜리 임시 예산안을 통과했지만, 이를 주도한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표결 끝에 해임됐다.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미국 정부 셧다운‘ 공포감은 더욱 커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Fed의 고강도 긴축 장기화 우려에 정치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뛰고 있다"고 말했다.
되살아난 수퍼달러도 국내 금융시장을 흔드는 요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4일 오후 4시 기준 107선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다.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는 데다 강달러가 지속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이탈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 한 달 동안 거래소에서 1조원, 코스닥에서 1조2000억원 등 총 2조2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는 ’고금리 장기화‘와 수퍼달러 등 미국발 긴축 여진이 한동안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3분기 한국 기업 성적표(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을 전망한 코스피ㆍ코스닥 상장사 250곳의 3분기 평균 예상 영업이익은 총 45조 4944억 원으로 한 달 전(46조 312억 원)보다 5368억 원(1.16%) 감소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2013년 수준의 긴축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벤 버냉키 의장이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카드를 꺼냈을 때 신흥국의 통화는 물론 채권, 주식가격이 급락하는 ’긴축발작‘이 나타났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등 3분기 기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으로 반전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한동안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