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먹통 사태 원인, ‘라우터’ 장비 불량
구체적으로 라우터 장비의 포트 3개가 문제가 됐고, 이 중 고장 난 2개가 ‘새올’ 시스템 마비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쉽게 예를 들면, 콘센트가 불량이어서 코드를 꽂아도 전기가 흐르지 않았던 셈이다.
다만 포트의 고장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장비는 미국 시스코(CISCO)사가 제조하고, 국내 업체인 ‘대신정보통신’이 관리한다. 지난 2016년 도입됐다. 낡은 장비가 아니란 의미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은 전날(25일)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원인 및 향후대책’ 브리핑에서 “물리적 부품 손상이라 원인을 밝혀내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전산상의 기록으로 남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경진 기자
‘L4스위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
하지만 ‘착시’였다. 1500바이트(byte) 이상 데이터 양의 90%가 전송되지 않은 걸 발견하지 못했다. 10%를 보고 정상 작동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L4스위치 장비가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던 건 100%가 아니었다”며 “(L4스위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했던 것이고, 다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게 라우터”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이 시스템 오류로 마비됐을 당시 서울의 한 구청 통합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먹통 사태 진단 시작점부터 삐걱
더군다나 해당 포트는 새올이나 정부24 등 국민과 밀접한 서비스와 관련된 역할을 하는 중요 부분임에도 조사 시작 단계서 문제점을 잡아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재용 원장은 “육안 점검을 통해 일일 점검을 하고 있다”면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고장이 발생하는 것을 미리 잡아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이번 마비 사태가 데이터‧프로그램 등의 손실로 일어난 게 아닌 만큼 ‘백업 센터’를 가동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현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먹통’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행안부는 장비 전수 점검을 하겠다고 하지만 단기적인 방법일 뿐이고, 장기적으론 문제 자체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체계를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송상효 TF 공동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주일 새 네 번 장애…“전면 개선 필요”
김형중 교수는 “현재의 시스템은 스마트폰 시대에 마치 ‘폴더 폰’을 쓰는 것과 같아 보인다”며 “예산을 많이 투입해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행안부는 2019년 4월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했으나,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 대상 선정에 5번 실패했고, 지난해 6월에서야 예타가 시작됐다.
한편 행안부는 국가정보관리원 장비 전수 점검과 함께 지자체 및 공공기관 등 각급 기관에도 각각 모든 전산장비를 점검해 달라고 공문을 보내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