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태권도 간판 이다빈(가운데)이 체급별 올림픽 랭킹 최상위 랭커 16명이 경쟁하는 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발차기 공격을 시도하는 이다빈(오른쪽).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이다빈은 최대 고비로 여겨진 준결승전에서 체급 올림픽 랭킹 1위 알테아 로랭(프랑스)을 라운드 점수 2-0으로 꺾으며 신바람을 냈다. 1라운드에서 3-0으로 앞선 데이어 2라운드에서도 머리 공격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6-6으로 마친 뒤 우세승으로 마무리했다.
우승과 함께 이다빈은 ‘파리올림픽 출전권’이라는 값진 부상도 받았다. 이 대회 참가 전까지 올림픽 랭킹 포인트 321.34점으로 5위에 머물러 랭킹 순으로 상위 5명에게 주어지는 파리행 티켓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금메달과 함께 상황이 바뀌었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랭킹 포인트 100점을 한꺼번에 추가한 이다빈은 3위(421.34점)로 뛰어오르며 연말 중국 우시에서 열리는 WT 그랜드슬램 결과에 상관없이 5위 이내의 순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다빈은 한국 여자 태권도의 간판스타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지만, 근래 들어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지난해 로마 그랑프리와 파리 그랑프리 2연패를 달성할 때까지만 해도 적수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WT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회전 탈락한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이어진 바쿠 세계선수권에서 예선 탈락했고, 로마 그랑프리, 오세아니아 프레지던트컵, 호주 오픈 등 뒤이은 대회에서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 했다. 올해 28세로 태권도 선수로는 노장 축에 드는 이다빈의 나이가 부각되며 안팎의 우려가 깊어졌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는 이다빈. 사진 세계태권도연맹
한편 남자 80㎏ 초과급에 출전한 강상현(한국체대)이 8강에서 탈락하며 내년 파리올림픽을 앞둔 한국 태권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올해 우시 WT 그랜드슬램 한 대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한국은 파리올림픽 남녀 8체급 중 3장의 출전권만 확보한 상태다. 장준(한국가스공사)과 박태준(경희대)이 경쟁하는 남자 58㎏급, 서건우와 이다빈이 각각 리드 중인 남자 80㎏급과 여자 67㎏ 초과급 등이다.
출전권을 추가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한국 태권도는 올림픽 무대에서 역대 가장 적은 수의 선수를 파견하게 된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 지위를 획득한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한국은 매번 최소 4체급 이상에 선수단을 파견해왔다.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을 현장에서 지켜 본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은 “변명의 여지 없이 아쉬운 결과”라면서 “연말에 열리는 그랜드슬램에서 남녀 한 체급씩, 2체급 이상의 출전권을 추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나 남자 68㎏급 랭킹 6위인 진호준(수원시청)에게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한편 WT는 이날 시상식을 열고 선수단 및 기술위원회의 투표를 거쳐 셰이크 살라 시세(코트디부아르)와 메르베 딘첼(튀르키예)을 각각 올해의 남녀 선수로 선정했다. 시세는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도 출마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