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갈비 사자로 불리며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살던 늙은 숫사자 바람이가 지난 7월 충북 청주동물원에 무사히 도착, 야생동물 보호시설에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5일 환경부는 동물 복지와 야생동물 관리 강화 내용을 담은 동물원수족관법(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야생생물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야생동물에게 적합한 환경과 먹이를 공급할 수 있어야만 전시를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오는 14일부터 시행된다.
지금까지 동물원과 수족관은 최소한의 전시·사육 시설을 갖추면 되는 등록제였지만, 14일부터는 허가제로 바뀐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동물원의 관리 규정이 선언적 수준이라, 동물 복지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동물의 종별로 적합한 사육 시설을 갖추고 안전시설도 강화하는 등 허가 요건이 까다로워진다”고 설명했다.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동물원은 휴식처나 바닥재 등 야생동물 특성에 맞게 서식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강화된 허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또, 동물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동물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허가권자(환경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동물원 검사관을 통해 설립 요건을 갖췄는지 검증하고 휴·폐원 중에도 동물 관리가 소홀하지 않도록 감독해야 한다. 기존 동물원은 2028년 12월 13일까지 5년의 유예기간 안에 허가 요건을 갖춰야 한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갈비사자'로 불렸던 청주동물원 수사자 바람이가 23일 암사자 도도와 합사에 성공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14일부터 라쿤·미어캣 등 야생동물 전시 카페도 불법이 된다. 개정 야생생물법은 동물원으로 허가받지 못한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했다. 기존 사업장을 운영하던 사람은 2027년 12월 13일까지 4년의 유예기간 안에 동물원 허가를 받거나 사업을 처분해야 한다. 업장 내에서 야생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올라타기, 만지기 같은 행위도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위반 횟수에 따라 사업자에게 1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는 4년간 유예 기간 동안에도 적용된다.

지난 2018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주택가에서 포획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사막여우. 사진 경남야생동물보호협회
야생동물을 운송할 때에도 동물 복지 개념이 적용될 전망이다. 야생동물을 운송하는 사람이 적합한 먹이와 물 공급, 충격과 상해 방지 등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