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40년간 쿠바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미국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된 빅터 마누엘 로차 전 주볼리비아 미국대사. 사진은 로차 전 대사가 쿠바 정보총국 요원으로 가장한 미국 FBI 요원과 만났을 때의 모습으로 미국 법무부가 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로차 전 대사는 자신이 쿠바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일을 “그랜드슬램”으로 표현하며 자랑하듯 말했다고 한다. AP=연합뉴스
미 법무부는 4일(현지시간) 빅터 마누엘 로차 전 주볼리비아 미국대사를 1981년경부터 최근까지 쿠바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1950년 콜롬비아에서 태어난 로차 전 대사는 미국으로 이민한 뒤 1978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예일대ㆍ하버드대ㆍ조지타운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뒤 1981년 미 국무부 직원이 됐다.
1994년 7월 무렵부터 1년간 미 NSC 미주 담당 국장으로 일하면서 쿠바 관련 특수 업무를 맡았고 1995년 7월부터 1997년 7월까지는 쿠바 아바나의 스위스대사관에 개설된 미국 이익대표부의 부대표로 근무했다. 이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쿠바를 관할하는 미군 남부사령부의 자문 역할을 맡았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외국 비밀요원이 미국 정부의 가장 고위직까지 가장 오랜 기간 침투한 사례 중 하나”라고 밝혔다.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법무부에서 쿠바 정보요원 활동 혐의로 기소된 빅터 마누엘 로차 전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의 범죄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파 스파이 혐의로 미국 연방검찰에 기소된 빅터 마누엘 로차가 2001년 7월 11일 당시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로 있을 당시 취재진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하지만 비밀수사관을 세 차례 만나면서 경계심을 푼 로차 전 대사는 대화에서 “우리는 ‘하바나’란 말 대신 ‘섬’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보안상 ‘C’(쿠바)나 ‘H’(아바나)를 직접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근 40년간 쿠바를 위해 일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고, 쿠바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일을 자랑하듯 말했다고 한다. 쿠바 정보총국을 “본부”(디렉시온)라고 표현했고, 미국을 일관되게 “적”이라고 칭했다. 피델 카스트로를 향해서는 “코만단테”(지휘관)라 불렀고 쿠바 정보기관 내 지인들을 칭할 때는 “콤파뇨레스”(동지)라고 했다고 한다.
로차 전 대사가 쿠바에 넘긴 정보가 어떤 것인지, 쿠바 정부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미국 외교관이 적대적인 외국 세력인 쿠바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라며 “FBI는 앞으로도 미국에 대한 충성 맹세를 어기는 사람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반드시 찾아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