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발언 논란이 연일 커지고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수원지검 검사실 앞방에서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고 주장한 뒤 검찰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기 문란”이라고 가세해 대북송금 재판 자체를 뒤흔들면서다.
이화영 “검찰서 술판”…이재명 “100% 사실” 연이틀 공세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면 1313호 검사실 앞방에 ‘창고’라고 써진 세미나실이 있다. 그곳에 저와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 쌍방울 직원들이 와 있었다. (직원들이)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놓고 회덮밥도 있었다. 그곳에서 하얀 종이컵에 소주도 마시며 계속 토론도 하고 설득도 당하는 과정이 있었다.”
11일이 지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검찰이라고 하는 데가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을…”이라며 “중범죄이자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정치 쟁점화하고 나섰다. 다음 날인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의 태도로 볼 때 이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며 “검찰은 ‘황당무계하다’는 말을 할 게 아니고 폐쇄회로(CC)TV, 출정 기록, 담당 교도관 진술을 확인하면 된다”며 거듭 주장했다.
이화영 자필 옥중노트 ‘술자리’ 없어…검찰 “거짓 주장”
이 전 부지사도 지난해 12월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공개한 A4용지 21쪽 분량의 자필 ‘옥중노트’에서 진술 회유 주장을 했다. 그는 “일요일 등 식사를 배달해 먹어야 할 때는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사 들고 오는 것 같았다. 육회비빔밥, 연어 요리를 먹었다” “쌍방울 직원 등과 모여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했다”고 썼다. 다만 옥중노트 어디에도 ‘술을 마셨다’는 대목은 없었다.
검찰은 지난 12일 언론에 밝힌 입장문에서 “법정에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이후에도 이런 주장(검찰에서 술잔치)을 전혀 하지 않던 이 전 부지사가 재판 종결을 앞둔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명백히 사실과 다른 일방적 허위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구속된 수용인이 수사 당국 조사나 치료 등을 위해 구치소 밖으로 나갈 땐 반드시 교도관이 동석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며 “검찰 조사에 동석한 교도관을 따돌리고 술을 먹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쌍방울 측도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을 부정했다. 쌍방울 관계자는 “검찰청은 외부 음식 반입이 아예 금지돼 있고, 내부 매점에서 산 음식을 전달하려고 해도 교도관들이 ‘안 된다’며 막는다”며 “(이 전 부지사의 거짓말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도 “교도관의 엄격한 계호 하에 있었던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에서 김성태 등 쌍방울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쌍방울 관계자와 당시 조사에 참여한 검찰 수사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서도 허구성이 명확히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피고인은 법정에서 거짓말을 해도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는 점을 악용한 선동 공세라는 비판도 나왔다.
1심 선고 앞두고 ‘술판’ 주장…이재명 기소 막기 용도?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회유·협박 등 의혹이 제기돼야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야권에서도 ‘정당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이 대표의 기소를 막기 위한 주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