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사건’ 진전 없이 4개월…김건희 수사 먼저 속도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18년 11월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회고록에서 김 여사에 대한 "셀프초청" 의혹에 "악의적 왜곡"이라며 "단독 외교"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이에 대해 출장결과 보고서가 없고, 애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장을 청와대의 요청을 통해 바꾼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의 쟁점은 인도 측에서 김정숙 여사를 먼저 초청하지 않았는데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몫의 출장을 가게 된 경위, 대통령 없이 전용기를 타고 가고 이 과정에서 예비비를 사용한 게 위법성은 없는지 등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배당 이후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어 한동안 ‘캐비넷에 있는 사건’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에 더해 지난 16일 이창수 지검장이 취임 이후 간부들에게 “캐비넷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법리와 증거에 따라 모든 사건을 열고 빠르게 수사하라”고 당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정숙 여사 수사에도 동력이 실릴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의 발언은 일차적으로는 그간 논란이 돼온 김건희 여사 관련된 사건의 빠른 처리를 주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숙 여사 고발건 역시 묵히기만 있기는 어려울 것”(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이란 분석이 나와서다. 다만 “열심히 수사해서 죄가 있으면 있다 하고, 죄가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된다”(이 지검장의 취임사)는 원칙론의 일종이란 얘기도 있다.
일단은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 처리에 먼저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내일(20일) 명품백 수수 의혹 고발인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또 서울 서초구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선물 받은 책들을 주웠다고 주장한 주민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중앙지검 1~4차장 가는 32기 주목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최근 주변을 통해 "들고 있는 모든 사건을 다 열었으면 한다"며 "모든 사건에서 외부 시선을 고려하지 않는 게 평소 자신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연수원 32기에는 엄희준 대검 반부패기획관, 단성한 서울북부지검 차장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함께 수사에 참여한 박주성 인천지검 2차장, 대검 반부패1과장을 맡았던 윤병준 의정부지검 차장, 지난해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을 맡았던 이희동 대검 공공수사기획관, 박승환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배문기 서울남부지검 2차장 등이 인물이 포진해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인사와 관련해 “검찰이 실질적으로 공정·객관적 수사를 한다 하더라도 ‘인사가 수사에 개입한다’는 잡음이 생기면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며 “누구든 ‘승진하고 싶으면 정치권 입맛에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