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간츠 대표는 이날 오후 텔아비브 인근 도시 라마트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의 진정한 승리를 막고 있다”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비상정부를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직면한 긴급한 위협으로 인해 더 이상 전시 내각에서 일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침공으로부터 1주년이 되는 올 가을 조기 총선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장관 베니 간츠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을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간츠, "인질석방, 휴전협상" 목소리 낸 중도파
로이터통신은 “간츠의 온건한 태도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으며, 전시 내각에서 간츠와 그의 정당이 빠지면 극우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가자 전쟁 장기화 국면,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전투 확대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 정책 센터장인 나탄 삭스 역시 간츠의 사임에 대해 “네타냐후 정부 내에서 온건파의 목소리를 제거하는 위험한 조치”라면서 “전시 내각에서 극우파의 목소리가 강화되면서 인질 구출과 협상 개시 가능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날 간츠 대표와 같은 당인 국가통합당 소속이자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투표권이 없는 옵서버로 참여해온 가디 아이젠코트 의원과 칠리 트로퍼 의원도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직서를 냈다.
이날 사임 선언에 앞서 지난달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6개 조항으로 이뤄진 명확한 ‘전후 계획’을 이달 8일까지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가 뚜렷한 목표와 청사진 없이 ‘정권 연장’만을 목표로 전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 확대와 구호 축소 등을 결정해 애꿎은 희생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후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연정에서 빠지겠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으나, 네타냐후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총선 당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붙은 선거 벽보에 베니 간츠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얼굴이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간츠 대표는 8일 전시 내각 탈퇴를 발표하려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인질 4명을 구출했다고 발표하자 기자회견을 하루 미뤘다.
간츠는 이날 기자회견 중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갈란트 장관에 대해 “용기 있고 결단력을 갖춘 지도자이며 애국자”라고 추켜세우며, “옳은 말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옳은 일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갈란트 장관은 네타냐후와 같은 집권 리쿠르당 소속이지만, 지난달 “총리가 가자지구에 군사정부를 세우지 않겠다고 즉각 서약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간츠 대표의 사임이 전시 내각의 내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면서, 그간 전시 내각은 사실상 네타냐후 총리 1명의 주도로 움직여왔으며 간츠 대표와 갈란트 국방장관은 자신들이 전쟁 관리에 어떠한 영향력을 주지 못한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내왔다고 전했다.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인 기오라 에일랜드 역시 “이스라엘의 정책은 사실상 네타냐후가 정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대한 공습을 감행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의회 과반 차지한 네타냐후 연정, 조기 총선 없을 것
NYT는 간츠 대표의 퇴임이 조기 총선이나 네타냐후 정권 퇴진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네타냐후 연정은 이스라엘 의회 총 120석 중 과반(64)을 차지한 상태다. 다만 이스라엘 일간지 마리브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만약 총선이 치러진다면 간츠 대표가 이끄는 국민통합당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이자 극우 정당인 오츠마 예후디트 정당의 지도자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 EPA=연합뉴스
한편 이날 연정 내 극우 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나는 정부의 장관이자 당 대표, 연정의 고위급 파트너로서, (전시) 내각에 합류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발발 당시만 해도 국가 통합을 위해 국민통합당의 연정 가담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당시 구성된 소규모 전시내각은 장관들을 배제하고 분열시켰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하레츠 등 현지 매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간츠 대표 이탈 이후 전시내각을 해체하고 기존 안보 내각에서 중대 사안을 결정한 후 일반 국무회의에서 추인하는 종전의 의사결정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