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2035년 자궁경부암 퇴치 선언…한국은 HPV 감염 예방 뒤쳐져

암을 예방하는 일은 기적같은 일이다. HPV 백신을 통한 암 예방 효과는 확실하다. 적극적으로 HPV 예방 사업을 진행한 호주는 지난해 자궁경부암 퇴치 국가 전략을 통해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 자궁경부암을 퇴치한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HPV 백신이 처음 개발된 직후인 2007년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꾸준히 HPV 백신을 접종한 결과다. 특히 2013년에는 HPV 백신을 남성 청소년에게까지 NIP로 확대했다. HPV 습격, 세 번째 주제는 글로벌 HPV 백신 접종 트렌드다. 

 
전 세계 86개국서 남녀 모두 HPV 백신 접종

HPV 백신 접종의 트렌드는 남녀 모두 접종이다. 현재 전 세계 86개국이 HPV 백신을 남녀 모두에게 접종한다. HPV 백신의 NIP를 시행하는 172개국 중 절반가량이 남녀 모두에게 접종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3개국 중 28개국은 남녀 모두에게 HPV 예방 범위가 가장 넓은 9가 HPV 백신을 NIP로 지원한다. HVP 예방 선진국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2·4가 HPV 백신에서 9가 HPV 백신으로 지원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한국은 HPV 예방 분야에선 후발 주자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우선 HPV 백신의 NIP 도입 시점부터 늦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2016년에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중심으로 2·4가 HPV백신의 NIP를 지원했다. 2003년생 여성 청소년부터 NIP로 HPV 백신을 접종했다는 의미다. 이후 정부에서 2022년 만 13~17세(2004~2008년생)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1995~2003년생)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한 차례 HPV 백신의 NIP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한국의 경우 여전히 여성을 중심으로 HPV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신의 9가 HPV 백신이 도입됐는데도 여전히 2·4가 HPV 백신으로 여성에게만 제한적으로 NIP를 시행하는 국가는 OECD 가입국 중 한국을 포함해 멕시코·코스타리카 등 3개국뿐이다. 튀르키예는 HPV 백신의 NIP를 시행하지 않는다. 일본은 여성에게만 9가 HPV 백신을 지원한다. 


게다가 HPV 백신의 NIP 시행 전인 2003년 이전 출생자는 여성이라도 HPV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성 접촉으로 확산하는 HPV 감염에 가장 취약한 20~30대 남녀 대부분이 HPV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남성 HPV 질환 추이가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HPV 백신의 적극적인 NIP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성 HPV 백신 접종으로 암 예방 효과 기대 
자궁경부암 등 HPV 백신의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동일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두경부암의 HPV 백신 효과 역시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자궁경부암과 달리 두경부암은 전암 병변이 없어 예방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HPV 백신의 두경부암 예방 효과는 명확하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HPV 감염으로 인한 두경부암 증가가 주로 남성에게 발생한다는 점도 주목할만 한 부분이다. 두경부암은 술·담배가 원인인 경우와 HPV 감염으로 발생하는 암으로 구분된다. HPV 감염 없이 발생하는 두경부암은 줄어드는 반면 HPV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경부암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HPV 백신을 여성에게만 접종했을 때보다 남녀 모두에게 접종하면 추가적으로 암 발생 위험이 여성은 39.5%, 남성은 64.9% 감소한다. 이런 추가적인 암 발생 위험 감소 효과는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남성은 두경부암(구인두암)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는 “HPV 예방 선진국은 순차적으로 NIP 범위를 확대했지만 한국은 HPV 예방에 뒤쳐진 상태”라며 “미래 세대 보건 향상을 위해 단계적 확대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남녀 모두에서 9가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