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1달러=154엔대'…'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본격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후 3시30분 기준 엔화값은 달러당 154.62엔에 거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후 3시30분 기준 엔화값은 달러당 154.62엔에 거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 엔화값이 1달러당 154엔대로 뛰었다. 열흘 만에 달러당 7엔 이상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시아 통화 약세’에 대한 경고성 발언과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질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반영되면서다. 38년여 만에 달러당 161엔까지 추락했던 ‘수퍼엔저’의 끝이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후 3시30분 기준 엔화가치는 달러당 154.62엔에 거래됐다. 1달러당 154엔으로 오른 건 지난달 4일(154.91엔)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특히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61엔을 뚫은 지난 10일(161.7엔)과 비교하면 열흘(거래일 기준) 만에 달러당 7.08엔 뛰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속절없이 추락하던 달러대비 엔화가치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다.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은) 심각한 통화 문제를 안고 있다”며 “강달러와 엔화ㆍ위안화 약세는 미국에 매우 불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 ‘약(弱) 달러’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아시아 통화 약세를 용인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여전히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투기 세력의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로이터통신은 “엔화로 자금을 조달한 엔 캐리트레이드의 청산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리가 낮은 엔화로 미국 채권 등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게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이다.  

엔화가치가 반등으로 돌아선 데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로 깜빡이를 켰고, 일본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 격차’가 소폭이라도 좁혀질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됐다. 일본은행(BOJ)은 오는 30~3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시장에선 BOJ가 ‘동결’을 택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도 엔화 흐름을 바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당국이 11일 3조엔(약 26조8600억원) 넘는 자금을 외환 시장에 투입한 데 이어 12일엔 2조엔 정도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11일(현지시간) 엔화가치는 장중 달러당 161.6엔대에서 157.4엔까지 올랐다.

상당수 전문가는 수퍼엔저가 끝나고 엔화가치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발언과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등으로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글로벌 투자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수퍼엔저 시대의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신윤정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달러 약세를 비롯해 일본 경제의 내수 기반 성장 등이 엔화 절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하반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강세 흐름은 원화값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2.4원 오른(환율 하락) 1383.8원에 마감했다. 원화값이 동조화 경향이 있는 엔화값이 두 달 여 만에 154엔대로 상승한 영향이다. 엔화 가치가 반등하면 원화값 뿐 아니라 한국 수출 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수퍼 엔저가 심화하면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도 낮아질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