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부진한 미국 제조업 지표가 불씨가 돼 전 세계에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가 엄습하면서다.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피벗(Pivotㆍ통화 정책 전환)’ 시점을 놓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제조업 PMI 예상치 하회, 4개월 연속 하락
PMI는 미국 ISM이 매달 400개 이상 기업의 구매ㆍ공급 관련 임원을 대상으로 경기 상황 및 전망을 묻는 설문 조사다. 제조업 PMI가 50 밑이면 제조업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절반 이상으로 많다는 의미라 향후 이 분야 업황이 수축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제조업 PMI가 42.5 밑까지 떨어지면 제조업은 물론 전체 경제까지 수축하는 것으로 본다.

김영옥 기자
“1년 만 가장 급격한 주문 감소 경험”

박경민 기자
실제 ISM에 따르면 지난달 PMI 설문 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는 예상보다 경기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음료 및 담배 업종의 한 응답자는 “예상보다 더 매출이 줄었는데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답했다. 금속 업종의 응답자는 “1년 만에 가장 급격한 주문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침체 고용 둔화 이어질까 우려
이 같은 고용 둔화 우려는 제조업 PMI뿐 아니라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5000명)도 크게 밑돌았을 뿐 아니라, 직전 12개월간 평균 증가폭(21만5명)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1년 1월(-22만7000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작다.
특히, 실업률도 코로나19 수준으로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실업률(4.3%)이 시장 예상치(4.1%)를 넘어섰다. 6월 실업률(4.1%)과 비교해서도 0.2%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던 2021년 10월(4.6%)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美 국채 10년 4% 깨져, 주식 시장 ‘검은 금요일’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주식 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37%,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30% 급락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전 거래일 대비 5.81%, 대만 자취안 지수는 4.43% 급락했다.
한국 코스피도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3.65%(101.49포인트) 떨어지며, 2700선이 무너진 2676.19를 기록했다. 하락률로는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약 4년 만에, 지수 하락 폭으로는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 이후 4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같은 날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4.2% 내린 779.33에 장을 마쳤다.
“7월에 내렸어야” ‘피벗 실기론’…9월 ‘빅스텝’ 전망도 늘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미국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도 미국 경기를 누르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에너지 등 일부 산업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 방향이 달라 대선의 향배가 정해져야 신규 투자와 생산에 나설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9월에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는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 후 9월 빅스텝 확률은 하루 새 22%에서 61.5% 높아졌다.
“일부 지표로 美 경기 침체 우려 과도”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실업률이 최근 많이 올라왔다고 해도 아직 Fed의 장기 목표 수준(4.1%)에 부합하는 정도고, 올해 주요 기관들이 예상하는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여전히 높다”이라며 “일부 지표만 가지고 경기 침체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