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귀가 먹먹" 젊은 난청 급증…'60-60' 룰 지키셨나요

9월 9일은 귀의 날, 청력 건강 지키기

귀는 예민한 신체 감각 기관이다. 소리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문제를 알린다. 소통의 중요한 도구로서 다른 사람과 정보를 교환하며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크고 작은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고통이 찾아올 수 있다. 이러한 청력 손실은 고령층에게 흔히 나타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엔 음향기기 사용이 늘면서 젊은 난청 인구가 많아졌다. 10~40대 젊은 난청 환자가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난청을 더는 노인만의 병으로 여겨선 안 되는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난청에 취약하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청력을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귀의 날(9월 9일)을 계기로 정상 청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알아둬야 할 핵심 정보를 짚어 봤다.

야근이 잦은 직장인 최모(32)는 업무 시간과 취침 시간을 제외하곤 늘 이어폰을 착용했다. 출퇴근길이나 휴식시간에 큰 소리로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면서 이명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최씨는 점점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소음성 난청을 진단받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최씨는 “난청은 나이가 들어 앓는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지금이라도 청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청환자, 2021년 74만  2026년 300만 예상
난청은 말 그대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 아니란 이유로 귀 건강을 챙기는 일엔 소홀한 경우가 많다. 난청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청 환자는 2017년 54만8913명에서 2021년 74만2242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한이과학회에선 난청 인구가 2026년 300만 명, 2050년엔 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이현진 교수는 “난청의 원인은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 노화가 진행돼 고주파 영역의 고음역부터 청력이 조금씩 나빠지는 게 일반적이다”며 “큰 소음에 오랜 시간 노출되거나 중이염 반복 등으로 난청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어느 날부터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학업·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커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회적 단절로 인한 상실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난청이 사회적 암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교수는 “난청이 생기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잃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다”며 “심하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청은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 ‘돌발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에 해당한다. 돌발성 난청은 귀 응급 질환이다. 영구적 청력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졌을 때 돌발성 난청이 발생하기 쉽다. 이땐 노인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과는 달리 대부분 한쪽 귀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청력 저하, 이명, 귀 먹먹함, 어지럼증 등이 대표적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최준 교수는 “돌발성 난청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30~50대가 빈번하게 경험한다”며 “환자의 절반 이상이 청력의 감소나 영구적인 손실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귀는 지속적인 큰 소리 자극에 약하다. 장시간 음향기기를 착용하거나 공연장·클럽 등에서 큰 소리에 노출될 경우 소음성 난청 위험이 커진다. 소음성 난청은 소리 자극에 의한 청력 이상을 말한다. 어느 정도 충분한 소음 강도에 일정 기간 노출되면 생길 수 있다. 특히 주변의 소음을 이기려고 이어폰의 음량을 높이는 행위는 위험하다. 이어폰의 최대 음량은 100dB(데시벨) 정도다. 15분 이상 노출되면 청력 손상 위험이 있는 수준이다.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귀가 멍해지면서 수초간 이명이 들렸다 사라진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늦지 않게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청력은 한번 손실되면 이전 상태로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젊을 때 청력이 약해지면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도 더 빨리, 심하게 나타난다. 노인성 난청은 단순히 들리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방치할수록 사회적 고립이 심화해 정신 건강이 나빠지는 데다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등 또 다른 질환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난청은 치료 시 개선 효과가 좋은 편이다. 치료 시기가 빨라질수록 효과는 더욱 커진다. 자동차의 엔진 성능이 좋을 때 잘 관리하면 차를 더 오래 탈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크게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 보청기 사용, 인공와우 이식술 등이 이뤄진다. 이 교수는 “난청 중에서도 노인성, 돌발성, 소음성 등 감각신경성 난청은 적절한 보청기 착용을 통해 청력을 개선할 수 있다”며 “난청은 초기 치료의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한 만큼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보청기를 착용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의사소통 어렵고 심하면 인지기능 저하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청력은 조금만 신경 쓰면 어렵지 않게 보호할 수 있다. 평소 생활소음에 주의하며 귀의 피로도를 낮추는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이롭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휴대용 음향기기를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하루 60분 이내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어폰·헤드폰을 장시간 사용해야 한다면 1시간 사용 후 5분 이상 휴식한다. 또한 난청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기저질환을 엄격히 관리한다. 당뇨병·고혈압·신부전·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으면 돌발성 난청 위험이 커진다. 혈액순환과 노폐물 배출 기능이 원활하지 못해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는 전반적인 신체 건강 상태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범이다. 스트레스 관리에 힘쓰면서 귀 신경을 자극하는 술·담배·커피를 가급적 피한다. 최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은 물론 금연·금주를 통해 치료 경과를 끌어올리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게 현실적인 예방법이다”고 말했다. 주기적인 청력 검사로 귀 상태를 점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듣는 데 불편함이 느껴지면 청력이 더 손상되기 전에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정밀한 순음·어음 청력 검사 등을 받고 주파수별 정확한 청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