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화된 관저에 숨어있다 나왔다"…외신도 '尹 체포' 생중계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체포돼 압송되자 외신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비중있게 다뤘다.

1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소식을 속보로 전한 로이터 통신. 사진 로이터통신 홈페이지 캡처

1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소식을 속보로 전한 로이터 통신. 사진 로이터통신 홈페이지 캡처

이날 새벽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도한 BBC는 오전 10시 42분쯤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체포됐다”고 타전했다. CNN도 윤 대통령의 체포 소식을 전하며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수 주 동안 대통령 경호처에 둘러싸인 채 요새화된 관저에 숨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중인 공조수사본부는 “금일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윤 대통령이 압송 전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자신에 대한 조사를 “불법”이라고 일축한 점을 언급하며 체포 이후 절차에도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홈페이지 톱 뉴스로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을 배치하고 “윤 대통령은 마라톤 심문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윤 대통령을 48시간 동안 심문한 후 별도의 법원 영장을 신청해 정식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외신은 지난 3일 경찰과 대통령 경호처간 대치로 윤 대통령에 대한 첫 영장 집행이 무산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엔 대통령 경호원들이 뚜렷한 저항을 하지 않았다”(NYT)고 전했다. NYT는 이날 “누가 윤 대통령을 수사하고 누가 그를 보호하는가”라는 제목의 인포그래픽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수사관들에 대해 마지막으로 방어할 수 있는 기관은 경호처”라며 “경찰이 경호처 직원에게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윤 대통령 체포 이후에도 주요 외신은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관저에 몰려든 윤 대통령 체포에 대한 찬·반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을 전하면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번 사태는 지난달 계엄령을 선포하려다 실패한 윤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정치적 위기에서 최신의 반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BBC는 “오랫동안 보수와 진보의 극명한 분열로 점철돼 있던 한국의 정치는 최근 윤 대통령의 탄핵과 체포 이후 더욱 혼란에 빠졌다”며 “나라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있으며,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관저 인근에서 로이터 통신 기자와 만난 윤 대통령의 한 지지자는 “대통령이 체포되면 가슴이 아플 것”이라며 “그는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반면 체포영장 집행을 지지하는 측에선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하며 대통령이라고 해도 이것은 옳지 않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누가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하고, 누가 그를 보호하는가'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기사.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누가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하고, 누가 그를 보호하는가'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기사. 사진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도 윤 대통령 체포 소식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윤 대통령 체포와 관련한 중앙일보 질의에 “미국은 한국 국민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한다”며 “우리는 법치주의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하며, 한국과 한국민이 헌법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여전히 최상목 권한대행 및 한국 정부와 협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의 지속적인 강력함에 대한 미국의 신뢰와 한국 방위에 대한 철통 같은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타국 내정에 대해선 코멘트를 삼가겠다”면서도 “한국 국내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특별하고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본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한 대응의 파트너로서 협력해 나가야할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하야시 장관은 또 “전략환경 하에서 일·한 관계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외상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일·한 외교장관 회담을 포함한 일련의 일정을 통해 대북 대응을 포함해 일·한, 일·미·한이 긴밀히 연계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면서 “한국 정부와의 사이에 계속해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에 대통령 사건이 왜 많은가’라는 제목의 문답형식의 기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 4명이 체포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아사히는 “한국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면서 “주위에 이권을 요구하는 사람이 모이는 구도가 생기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와 진보 대립이 심해 정권이 바뀌면 유죄 판결을 받는 케이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체포에 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한국 내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며 "중한은 서로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로, 중국은 한국과 함께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속보를 통해 “윤석열, 한국 헌정사상 첫 번째 체포당한 현직 대통령이 됐다”(신화통신)고 보도했다. 중국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이날 새벽부터 공수처와 경찰의 대통령 관저 진입부터 체포까지 이르는 과정을 속보로 보도하며 향후 정국 추이에 주목했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의 검색어 순위도 이날 오전 “윤석열 체포” “한국 공수처·경찰 윤석열 체포에 1000여명 파견”이 1·2위를 차지했다. 최대 SNS인 웨이보(중국판 X)의 검색 순위도 윤 대통령 체포 관련 뉴스가 수위권을 차지했다.

반관영 매체인 홍콩 봉황TV의 정하오(鄭浩) 해설위원은 “이번 정치적 혼란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의 일반 서민이자 기업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