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서울의 한 쇼핑몰 내 전기자동차 충전 구역의 모습. 사진 뉴스1
지난달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진 전기차에서 일어난 화재사고를 계기로 전국 지자체 등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지하에 있는 전기차 관련 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면 비용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민간 자동차 판매사도 보증 기간이 지난 전기차를 대상으로 무상 점검을 강화한다.
시설 이전 지원 첫 조례… 유사 대책 잇따를 듯
부산시 연제구는 전기차 전용 주차장 등을 지상으로 옮기는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연제구의회는 ‘전기자동차 전용 주차 구역 화재 예방 및 안전시설 설치 지원 조례안’을 만들었다. 이 조례안은 지난 6일 관련 상임위를 통과했다.
조례안에는 아파트 단지 등에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주차장과 충전 시설 이전 비용을 지원하는 근거를 담았다. 화재 예방을 위해 전기차 주차 구역과 충전 시설을 감시하는 전용 열화상 카메라 설치비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물막이판, 충수용 급수 시설 등 소화 설비와 자동차용 질식소화 덮개 경비도 지원한다.
지난달 2일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연제구의회 정흥숙 의원은 “최근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로 많은 주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상위법령이 개정되기 전 주민 불안과 갈등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연제구는 전기차 관련 시설을 옮길 수 있는 관내 공동주택 27곳(289면) 중 노후화 등으로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곳부터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충남 서산시와 전북 군산시도 이르면 내년부터 전기차 충전 등 관련 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고, 안전시설을 설비하는 공동주택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 평택시는 최근 공동주택 건축기준 도입을 위한 관계 분야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아파트 등 시업계획 승인 대상 공동주택 전기차 주차장 지상 설치 필요성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앞으로는 건립 단계에서부터 전기차 시설을 지상에 두도록 하려는 시도다.
정부는 지난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 현안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전기차 화재 안전 관리 대책을 발표됐다.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 시행을 오는 10월로 앞당기고, 배터리 제조사 등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전기차 제작ㆍ운행의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제조물 책임보험(제조사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생기면 관련 비용을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또 앞으로 모든 신축 건물이 지하 주차장에 화재 감지ㆍ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갖추게 했다. 내년까지 전국 소방관서 240곳에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한 이동식 수조, 질식 소화 덮개 등 장비도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하여 확정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에 발맞춰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보증 기간과 무관하게 매년 전기차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배터리 진단 고객 알림’ 서비스 무상 지원 기간은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다. 이외에도 현대차·기아는 3년간 총 56억 원을 투입해 ‘전기차 화재대응 소방기술’도 개발하기로 했다.
한편 지난달 1일 이른 아침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진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당시 화재는 리튬배터리 열폭주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불길을 잡기 어려운 데다 지하 주차장에 소방차 진입도 어려워 진압에 8시간 20분이 걸렸다. 지하 주차장에서 연결되는 각 동 출입구를 타고 연기가 위층으로 번지면서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