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도 金3, 장애인도 金3… 한국 사격 성공한 이유는

8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왼쪽부터), 배동현 선수단장, 박종철 총감독.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8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왼쪽부터), 배동현 선수단장, 박종철 총감독.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금메달 3개를 따낸 사격 대표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체육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개막한 2024 파리 패럴림픽이 9일 막을 내렸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8일(한국시간)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목표를 달성했고,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한 대회였다.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한 숙제도 남겼다.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22위에 올랐다. 개막 전 목표로 세운 금메달 5개를 초과 달성했다. 3년 전 도쿄 대회(금 2, 은 10, 동 12, 종합 40위)와 확 달라진 성적을 냈다. 효자 종목인 사격(금3, 은1, 동2)과 탁구(금2, 은3, 동9)가 앞장섰다.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반효진(왼쪽부터), 오예진, 양지인이 패럴림픽에 나서는 장애인 선수단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장애인사격연맹 동영상 캡처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반효진(왼쪽부터), 오예진, 양지인이 패럴림픽에 나서는 장애인 선수단에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장애인사격연맹 동영상 캡처

 
특히 사격의 약진이 빛났다. 도쿄 대회에선 노골드였지만 소총 박진호(37·강릉시청)가 2관왕에 올랐고, 권총 조정두(37·BDH파라스)도 첫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에서 비장애인 대표팀이 역대 최고 성적(금3, 은3)을 낸 데 이어 장애인 대표팀도 참가국 중 최고 성적을 냈다.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정진완 회장은 '한국 사격이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에서도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을 묻는 외신 기자 질문에 "장애인 사격 대표팀은 1980년대부터 비장애인 사격대표팀과 꾸준히 교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은철 선수가 2000 시드니 패럴림픽 장애인 사격 대표팀 지도자로 참가해 내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도 사격은 장애인, 비장애인 선수들이 다 함께 출전하는 통합 대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2관왕에 오른 박진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2관왕에 오른 박진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미국은 올림픽위원회와 패럴림픽위원회를 일원화했다. 캐나다와 유럽 일부 국가도 상당수 조직을 합쳐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특히 훈련시설은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선수가 쓰면서 활발하게 교류한다. 정진완 회장은 "비장애인 실업팀에서 뛰는 청각 장애 선수들과 함께 결선 훈련을 했다. 이런 교류 활동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표팀에 모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 과제도 남겼다. 사격과 탁구, 보치아를 제외하면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17개 출전 종목 중 6개 종목에서만 메달이 나왔다. 기초 종목인 수영과 육상은 노메달이었다. 

정진완 회장은 "카누와 트라이애슬론은 종목단체조차 없어 체육회가 4년 전부터 선수를 발굴해 출전했다. 장애인 선수들의 훈련 환경과 시설, 저변 등 현실적인 걸 고려하면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딸 수는 없겠지만 전략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2028 LA 패럴림픽 정식 종목 채택이 유력한 스포츠 클라이밍도 선수 발굴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따낸 탁구 김영건.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따낸 탁구 김영건.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박종철 이천선수촌장 겸 총감독은 "기초 종목 육성 사업과 관련한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준비 과정을 거친다면 다음 대회부터는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올림픽과 달리 패럴림픽 경기는 대부분 생중계되지 않았다. 방송시간도 예전에 비해 늘었지만 올림픽의 10~20% 수준이다. 정진완 회장은 "패럴림픽 중계는 많은 장애인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비장애인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줘서 사회 통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좀 더 많은 패럴림픽 경기가 중계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