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9일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내린 결론이다.
이날 우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료계 동참을 유도하는 활동을 같이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의료계가 테이블에 나오도록 정부의 설득력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며 “야당도 협의체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겠다”고 했다.
여야의 공동 보조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 8일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2025·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를 내건 다음 날 곧바로 이뤄졌다. 여야가 협의체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지 사흘 만에 2차 행동에 나선 것이다. 다만 여·야·정이 언제까지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저에 깔린 정치적인 노림수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 대표가 사법 대응 자제를 언급하며 의료계 달래기에 나서자 정치권에선 “그만큼 협의체 가동에 사활을 거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당내에선 한 대표가 띄운 협의체를 중심으로 의·정 갈등을 녹여내면 냉담한 민심도 일정 부분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되면 완고한 정부와 의료계를 중재한 한 대표의 정치력이 부각될 것”(여당 관계자)이라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선 “대통령실과 여당이 의료 대란 해결에 진정성이 있다면 굳이 야당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전현희 최고위원), “협의체가 정부의 일방통행 ‘명분 쌓기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민주당 재선 의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여당의 위기 탈출을 민주당이 거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가 띄우고, 의료계는 부정적인 협의체에 굳이 들러리를 설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선 의료계 설득이 지체되면 민주당이 발을 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2일 의료 문제를 논의하는 비공개 만찬을 갖기로 한 것을 두고도 “정부·여당을 코너로 몰기 위한 포석 아니냐”(국민의힘 관계자)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은 정치인 등과 만나 수시로 민심 청취를 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일각에선 장동혁·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등 친한계 지도부가 만찬에 빠진 점을 들어 “윤·한 간극이 또 확인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한 대표는 “만찬은 제가 모르는 내용”이라고 말을 아꼈고, 김종혁 최고위원은 “비공개 만찬이 다음날 바로 알려진 건 참 특이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2026년도 이후 의대 증원 규모는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합리적 의견을 내놓으면 숫자에 구애 받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수험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2025년도는 어렵지만, 2026년도 이후 증원 규모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제안한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 대신 증원 대상인 의대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거쳐 증원 규모를 보수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당 중진의원은 “의대 교육 평가를 담당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증원 규모가 큰 의대를 꼼꼼하게 심사해 증원 규모를 일부 축소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