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특정 중국 바이오 기업들과 자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이어 미 의회도 대중 공세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중국의 간판 바이오 기업들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해 제재하는 ‘바이오 보안법(Biosecure Act)’을 찬성 306표 대 반대 81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연방 상원을 통과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법안은 중국 주요 바이오 기업과 미 연방 기관이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제재 목록에는 중국 최대 유전자 분석업체인 BGI그룹,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 임상시험수탁기관인 우시앱텍, BGI의 자회사인 MGI와 컴플리트지노믹스가 포함됐다. 법안은 제재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도 연방 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의약품 공급망의 상당 부분이 중국 바이오 기업이 생산한 활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글로벌 제약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체 업체를 찾을 수 있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이 받는 충격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법안 통과 전 미 하원에선 의견이 갈렸다. 법안 지지자인 공화당 브래드 웬스트럽(오하이오) 하원의원은 “규제 대상 기업은 중국 공산당과 연계돼 있어 지정된 것으로, 미국인 수백 만 명의 데이터가 잠재적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짐 맥거번(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은 “법안이 명확한 기준 없이 처벌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있어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동료 의원들에게 보냈다.
규제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우시앱텍은 “적법한 절차 없이 부당하게 우리 회사를 지정했다”는 성명을 냈다. 연간 수익의 약 65%를 미국에서 창출하는 이 회사는 10일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11% 하락했다.
이 법안이 한국 기업에겐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한국과 인도가 이 법안의 격차를 메울 것이라고 본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 논의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련 계약개발 수주 문의가 두 배로 늘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러나 이 법안 발효는 미·중 갈등의 또다른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중국은 미 하원이 이 법안을 통과시켜 중국 기업에게 차별적 조치를 취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본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계속해서 굳게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