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과 ‘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순직해병 특검법)을 의결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인사개입·공천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8가지 의혹이 포함됐다. ‘순직해병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2명으로 추리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야당은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이날 여야는 특검 추천 권한과 수사 대상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박성재 법무부장관에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고발인적 지위에 있는데 추천권을 갖는 것이 적절하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박 장관은 "특검의 객관적 중립성에 좀 문제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고, 이것을 어겨서 감옥 간 사람도 있다"고 경고하자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정 위원장에게 “감옥에 갈 수 있다고 하는 게 제정신인가”라고 지적했다. 이후 양측은 서로 “제정신입니까?” “제정신입니다”라며 설전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법사위 구성에서 7(여):11(야)로 수적 열세인 여당은 이날 두 특검법의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구하며 지연 전략을 펼쳤다. 안건조정위는 이견 조정이 필요한 경우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될 수 있으며, 최장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안건조정위(국민의힘 2명, 민주당 3명, 조국혁신당 1명)는 1시간여 만에 두 법안을 전체회의로 다시 넘겼다. 회의가 속개되자 여당은 표결 직전 퇴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던 제3자 추천 방식의 순직해병 특검안이 통과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한 대표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제3자인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안을 만들었고 국민의힘이 주장한 제보 조작 사건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화폐법)’도 이날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나라빚을 급증시킬 것”이라고 비난하는 반면 민주당은 “지역경제를 살릴 마중물”이라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12일 본회의 상정을 노렸던 야당의 입법 속도전은 우 의장의 중재안에 막혔다. 우 의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국회의 절대적 책무는 한시라도 빨리 의정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을 위해 두 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을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자당 출신 국회의장의 제동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안건조정위까지 시급하게 마친 법안을 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사례는 처음 본다”며 “이 법이 당장 통과되지 못하면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선거법 공소시효가 10월 10일 만료되기 때문에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